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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파면 선고를 받은 지 2년을 맞았다. 지난 주말과 휴일 보수단체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이른바 태극기집회를 열고 ‘박근혜 석방’을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리인을 맡았던 변호사는 “억울하게 희생된 박 전 대통령을 구출하고 문재인 정권의 퇴출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년 동안 주말마다 지겹게 봐왔으니 딱히 새로울 건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엔 집회 규모가 좀 더 늘어났다는 정도다. 얼마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나자 덩달아 기대가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헌재는 2년 전 “(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며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어 진행된 법원의 형사재판에서도 뇌물 등 거의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중형이 선고됐다. 헌법과 법률 위반에 대한 당연한 단죄일 뿐 어디에도 절차상, 내용상 문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아스팔트’ 극우 세력이 탄핵 2년이 넘도록 주말마다 서울 중심가를 휩쓸고 난장을 펼치는 모습은 그냥 한풀이로 보고 넘어가기엔 더 참기 힘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3월 8일 (출처:경향신문DB)
그보다 심각한 건 그런 세력을 은근히 비호하고 부추기면서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보수야당의 행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구속돼 계신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감안한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정치적으로 때가 되면 사면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국정원 특활비·공천개입 등 3개 재판이 걸려 있다. 이 중 공천개입은 징역 2년이 확정된 상태이고, 나머지 둘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실적으로 보석도, 사면도 불가능하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검사·판사 출신이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을 계속하는 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태요, 탄핵을 이끈 다수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껏 반성은커녕 범행을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옥중 정치’까지 시도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밖에서는 일부 정치인과 단체들이 이에 호응하며 사법질서를 부정하고 있다. 국정농단에 이어 또 새로운 국기문란 행위를 저지르는 꼴이다.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대법원의 신속한 단죄만이 이들의 입을 틀어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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