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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마지못해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이 실로 가관이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이 선거법 패스트트랙 추진을 가시화하자 지난 10일에야 자체 개편안을 내놨다. 현행 300석인 국회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는 내용이다. 내각제 개헌이 선행되지 않는 한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의 선거제 개편 합의를 파기한 것은 물론 비례성을 강화하는 개혁의 대의를 허무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현행 무자비한 승자독식 선거제가 국민주권의 행사 결과를 심각히 왜곡하고, 대립적인 정치문화를 구조화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민심 그대로’ 선거제를 위해서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확대하면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방향이 선거제 개혁의 뼈대가 된 배경이다. 한국당의 ‘비례대표 폐지’ 주장은 선거제 개혁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반동이자, 현행 선거제의 빈약한 비례성마저 무너뜨리는 개악이다.

지난 5개월 동안 한 번도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버티던 한국당이 정치혐오 여론에 편승해 ‘의원정수 축소·비례대표 폐지’ 역제안을 하고 나선 속셈은 뻔해 보인다. 우선 협상안을 제시한 것을 내세워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술책이다. 그리고 개혁은커녕 현행 승자독식의 선거제를 극단화하자는 ‘청개구리안’을 내놓은 건 선거제 논의 판 자체를 깨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여야 4당은 선거제 단일안을 마련해 15일까지 패스트트랙에 올리겠다고 한다. 한국당 제안이 ‘몽니’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패스트트랙’이 최후의 합법적 수단으로 강구된 것이지만, 끝내 선거법 개정이 제1야당을 빼고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사태를 예까지 끌고온 것은 전적으로 한국당에 책임이 있다. 한국당은 이제라도 실행하지도 못할 “의원직 총사퇴” 운운하는 겁박을 거두고 진정성 있는 선거제안을 내놓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패스트트랙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협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조정하고 타협할 시간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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