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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시설에서 지난해 말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2일 “세슘137, 세슘134, 코발트60 등 인공 방사성 핵종이 연구원 내 자연증발시설 주변 우수관으로 방출됐다는 보고를 21일 받았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12월30일 연구원 정문 앞 하천 토양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난 6일 분석한 결과 방사능 농도가 최근 3년 평균치의 59배(25.5㏃/㎏)로 측정됐다.

자연증발시설은 실험과 연구과정에서 나온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태양열로 증발시키는 시설로, 연구원은 여기서 처리되는 방사성폐기물은 극저준위 수준으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런데 이 시설 앞 맨홀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세슘134, 137과 코발트60 등이 측정된 것은 연구원의 안전관리에 다시금 의문을 품게 한다. 핵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세슘137은 인체에 위험한 인공 방사성물질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다량 검출된 바 있다.

대전시는 사고에 유감을 표시하고, 신속·정확한 조사와 원인규명을 촉구했다. 자치단체가 보도자료까지 내 유감을 표시한 것은 연구원에서 수년째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원에는 연구용 원자로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등이 있는 데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어 ‘죽음의 재’로 불리는 방사성물질의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2017년에는 방사성폐기물의 분류·처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콘크리트·토양·오수 등을 무단으로 폐기한 사실이 적발됐고, 2018년 1월과 11월에는 두 차례나 화재가 발생해 방사성폐기물이 불에 탔다.

연구원은 검사 결과 외부를 흐르는 하천의 방사능 농도는 평상시 수치라고 밝혔지만, 지역 환경단체는 그동안 고농도의 방사성물질이 얼마나 외부로 흘러나갔는지 알 길이 없다며 역학조사에 나서라고 했다. 연구원은 방사성 측정 나흘 뒤인 10일 원안위에 1차 보고를 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름이 지나 공개된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사건·사고가 잦다보니 주민들이 연구원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간다. 연구원과 원안위는 이번 사고의 원인·진상을 하나도 남김없이 철저하게 공개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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