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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보자. 전 세계 청년을 상대로 내일 글로벌 선거를 치른다면 제1 공약은 무엇일까. 단연 기후변화가 돼야 할 것이다.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연말 22개국 18~25세 청년 1만896명을 대상으로 현시대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를 물었더니, ‘기후변화’가 41% 응답으로 1위에 꼽혔다.  

환경 운동가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공동의 미래를 향한 지속 가능한 방향 구축’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살 여중생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 8월의 어느 금요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의회 건물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소식이 보도되며 각국 청소년들이 금요일마다 기후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란 단체가 결성됐다. 2019년 3월15일엔 전 세계 110여개 국가에서 140만명이 참여한 동맹 휴학이 진행됐고, 5월과 9월, 11월에도 동시다발적인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이 이어졌다. 한국 청소년들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팻말을 들고 동참했다. 불과 1년 반 만에 ‘툰베리 현상’이 세계를 휩쓸었다. 

기성세대는 기후변화에 그만큼 민감하지는 않다. 어쩌면 각종 국제무대에서 툰베리와 연달아 설전을 벌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가까울지 모른다.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는 트럼프의 입장은 “먹고살기 바빠 기후 문제는 사치”라는 기성세대의 속내와 어느 정도 닿아 있기도 하다. 지난해 4월 유럽의회에서 툰베리는 ‘지금 집에 불이 났어요!’란 연설로 위기를 호소했다. 불타는 지구가 바로 내가 살아야 할 ‘우리집’이라는 연대의식이 세계 젊은 세대들을 하나로 묶었다. 몇 달째 꺼지지 않는 호주 산불, 녹아내리는 빙하, 미세먼지 등 각종 오염물질로 숨 막히는 공기, 플라스틱 등 썩지 않는 쓰레기더미…. 70~80년은 이 ‘집’에서 살아야 할 젊은 세대에게 기후 문제는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무서운 위협이다.

지난달 31일 ‘환경정의 타운홀미팅’에서 청년들이 공룡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공룡처럼 인간도 멸종하고 말 것”이라며 쓰러져 죽는 연기를 했다. 각국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 보고서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58위다. 중생대 공룡처럼 인류세의 인류는 청년세대에서 끊어질까. 스스로 ‘멸종위기종’이라 말하는 청소년들의 외침이 절박하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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