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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미꾸라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어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국정농단의 공범이면서도 교묘하게 수사망을 피했던 이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건으로 결국 꼬리가 밟혔다. 이들의 지시를 받아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명단을 작성하고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공무원들은 이미 일부 구속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문화예술인을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사과나 사퇴는 고사하고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변명을 늘어놓으며 주권자인 시민을 우롱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즉각 구속하고, 이들의 다른 의혹도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

김 전 실장의 비위는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수첩에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김 전 실장은 사법부를 길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부하들에게 지시하고, 대통령을 비판한 야당 정치인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세월호 관련 여론을 조작하려 했으며, 검찰 수사와 문체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도 있다. 과거 독재정권의 정치공작을 연상케 한다. 특검은 이런 의혹의 사실 여부뿐 아니라 이런 일들이 김 전 실장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김 전 실장과 최순실씨의 관계도 의문이다. 김 전 실장은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최씨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했지만 누리꾼의 제보로 청문회에서 거짓임이 들통났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 사진)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조 장관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블랙리스트를 본 적 없다”고 하더니 지난 9일 청문회에서는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특검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돼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됐으며, 이 과정에 당시 정무수석이던 조 장관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은 이미 구속됐다.

특검 수사의 최종 타깃은 박 대통령이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재직 시절 정부의 블랙리스트 적용 움직임과 관련해 2014년 1월과 7월 박 대통령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를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부분이 특검 수사로 확인되면 그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탄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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