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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탄핵심판과 관련된 인사를 겨냥해 출처도 없이 만들어지는 가짜뉴스가 대량 유통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는 위력 때문에 그 폐해는 과거 은밀하게 나돌던 유언비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달 5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북한 노동신문 기사를 근거로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종북에 놀아났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기사는 가짜뉴스였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1999년 여기자를 성추행해 징계처분을 받았다거나, 중국이 한국 내 유학생 6만명을 촛불집회에 몰래 참여시켰다는 뉴스도 있다. 시몬 라트나 미국 라칸 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이 “한국의 탄핵 흐름이 괴이하고 음험하다”고 말했다거나, 영국 아우구스트그라드 대학교 아크튜러스 멩스크 교수가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비판했다는 소식도 있다. 시몬은 일본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 아크튜러스는 게임 ‘스타크래프트’ 등장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비자금이 1경원이 넘는다거나 금괴 200t을 가졌다는 뉴스가 확산되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2월 14일 (출처: 경향신문DB)

상식에 비춰보면 허무맹랑하지만, 가짜뉴스가 겨냥한 인사를 미워하려는 이들에게는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정 목적을 위해 가짜뉴스를 활용하는 세력도 엄존한다. ‘친박근혜’ 성향의 단체들과 온라인 사이트가 근원이다. 최근 서울광장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살포된 ‘노컷일베’라는 인쇄물에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탄핵반대 집회 사진 위에 “서울시장의 탄식, ‘차라리 관광명소인 스케이트장이나 개장할 걸…’ ”이라는 제목을 달았으나, 박원순 시장은 이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가짜뉴스는 더욱 그럴듯한 형식과 내용으로 나돌며 여론을 왜곡할 것으로 보인다. 그 위력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어제 “악의를 띠고 특정 개인에 대해 의도적·반복적으로 가짜뉴스를 올리는 행위는 내사, 수사 대상”이라며 “그런 정도가 아니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해 차단·삭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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