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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성범죄 의혹’에 연루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도피성 출국’이 무산됐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2일 오후 11시쯤 인천공항 티켓카운터에서 23일 새벽 출발하는 태국 방콕행 항공권을 구입했다. 김 전 차관은 체크인까지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김 전 차관의 출국시도 사실을 법무부에 통보했고,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긴급출국금지를 지시했다. 김 전 차관은 항공기 탑승을 불과 몇 분 앞두고 탑승게이트 앞에서 출국이 좌절됐다. 김 전 차관은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경호인력까지 동원했다. 김 전 차관이 출국했다면 수사가 공전에 빠질 수도 있었다.

김 전 차관 사건이 시민들의 공분을 산 이유는 ‘증거가 뻔한데도 어떻게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 있는가’였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건설업자가 이권을 따기 위해 열었던 향응파티에 연루됐다는 의혹의 당사자다. 향응에 여성 수십명이 동원돼 성범죄가 이뤄졌고, 김 전 차관의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다. 경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인했지만, 검찰은 ‘인물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2014년에도 한 여성이 “여러 장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준강간했다”며 김 전 차관을 고소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죄를 짓고도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3월22일 (출처:경향신문DB)

다수의 피해자 증언과 동영상이 무용지물이 된 배경에는 비호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증언도 나왔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김 전 차관 수사를 막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23일 한 방송에 출연한 당시 경찰 수사 책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경찰청에 찾아와 “대통령이 불편해한다. 수사를 진행하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청와대뿐 아니라 당시 이성한 경찰청장도 수사팀을 압박했다고 한다. 이후 수사팀 지휘부는 모두 전보조치되었다. ‘윗선 개입’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전 차관은 지난 15일 조사단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서면 진술서 하나만 보낸 채 불응해왔다. 그러다가 18일 청와대에서 사건과 관련,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자 23일 야음을 틈타 출국을 시도했다.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숨어서 지내자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기간은 오는 5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조사단이 김 전 차관의 출국시도에 기민하게 대처했던 것처럼 의혹 역시 신속하게 그리고 낱낱이 규명하길 기대한다. 김 전 차관의 범죄는 물론 그를 비호해온 검찰 내 인사와 윗선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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