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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철 복날이면 일간신문을 장식하는 사진이 있다. 유명 삼계탕집 앞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장사진을 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언제부터인가 복날이 아닌데도 이런 풍경이 연출된다. 삼계탕집 문전성시는 같지만, 줄을 서는 사람들은 외국인으로 바뀌었다. 중국인들이 가장 눈에 띄고, 일본·동남아인은 물론 아랍계 단체 관광객도 종종 목격된다. 

삼계탕은 닭의 배 속에 찹쌀, 인삼, 대추, 밤 등을 넣고 푹 끓인 한국 요리다. 인삼은 삼계탕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재료로 피로 해소, 원기 강화, 혈압 조절, 항암 등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계탕이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각광받은 이유다. 인삼은 또 닭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줘 외국인도 즐겨 찾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알려졌으나 드라마 한류에 힘입어 크게 퍼졌다. 특히 <태양의 후예>에서 극중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와 서대영 상사(진구 분)가 앞치마를 두른 채 강모연(송혜교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에게 삼계탕을 요리해주는 장면이 해외에 방영되면서 붐을 일으켰다. 2016년 5월 한강시민공원에서는 서울시와 닭고기 가공업체가 합동으로 중국인 관광객 4000명을 대상으로 삼계탕 파티를 열어 화제가 됐다. 삼계탕은 이제 비빔밥, 김치찌개와 함께 외국인이 즐기는 3대 한식으로 꼽힌다. 

서울 성북구 한성대학교에서 열린 2018 국제여름학교 초복 맞이 보양식 체험행사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삼계탕을 맛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주 국산 삼계탕 1t이 부산항을 통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수출됐다. 삼계탕은 중국, 일본, 미국, 동남아, 호주 등 여러 나라에 수출됐지만 중동의 이슬람 국가는 처음이다. 무슬림들은 음식에 대해 특별히 까다롭다. 그들은 이슬람 경전 ‘코란’의 율법이 허용하는 음식만을 고집한다. 닭고기는 허용되지만, 가공법에 따라 금지하기도 한다. 이슬람 국가들은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식품에 한해 ‘할랄(Halal) 푸드’ 인증을 부여한다. 이번에 수출길을 튼 국산 삼계탕은 지난해 음식과 생산시설 전체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삼계탕의 역사는 짧다. 일제강점기에 조리법이 만들어지고, 한국전쟁 이후에야 ‘삼계탕’이 공식 등장했다. 100년도 안된 삼계탕이 까다로운 무슬림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K팝, K드라마에 이은 ‘음식 한류’의 쾌거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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