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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월 지방선거 지원유세 포기를 선언했다. 예견됐던 일이다. 그간 한국당 후보들은 네거티브 이미지가 강한 홍 대표의 지원이 표 확장에 도움이 안된다고 보고 노골적으로 피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홍 대표는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포항, 성남, 천안, 부산, 울산에서 지원유세를 했지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지원유세 중단은 그를 기피하는 이른바 ‘홍준표 패싱’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고 볼 수 있다. 후보들이 당 대표를 공공연하게 멀리하는 것은 정치판에서 듣도 보도 못한 현상이다. 제1야당 대표가 전국 단위 선거를 열흘 남겨놓고 지원유세를 포기한,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홍 대표는 지원유세를 중단한 다음 날 난데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미·북 회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외교도 장사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호언장담하던 북핵 폐기는 간데없고, 한국의 친북 좌파 정권이 원하는 대로, 한국에서 손을 떼겠다는 신호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최악의 시나리오”라고도 했다. 지방선거를 맞아 안보 이슈를 내세웠다가 먹히지 않자 다시 경제심판론을 부각시키더니, 이번엔 미국 대통령까지 도마에 올린 것이다. 홍 대표는 올 초 미국을 직접 찾아 전술핵 도입을 주장하고, 평창 올림픽 때는 ‘평양 올림픽’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바 있다.

홍 대표의 연이은 막말과 좌충우돌식 돌출행동, 강경보수를 넘어 극우로 대변되는 정치성향 등은 이미 신물이 날 만큼 지적받아 왔다. 한국당 후보들이 그의 방문에 손사래를 치는 것도 이런 민심 이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에 눈감은 지나친 이념 공세는 건강한 보수층은 물론 그나마 남은 지지자마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국내서도 모자라 한술 더 떠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보수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으니 더욱 할 말이 없다.

시민을 좌우로 편가르기하고, 친미주의 아니면 빨갱이로 몰아 자신들의 지분을 손쉽게 가져갔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지금 정치적 자산으로 여기던 모든 것을 잃고,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낡은 보수의 추락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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