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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의 어원은 ‘사량(思量)’이다. 생각의 양이란 말이다. 대상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는지 총량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명쾌한 정의다. 멋진 풍경을 봤을 때, 맛난 음식을 먹을 때, 눈이 올 때 그 사람이 생각나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한근태의 재정의 사전>에서 재정의한 사랑의 정의다.

저자는 어원을 따라가 보면 우리가 시방 쓰고 있는 단어나 행위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으니 문제 앞에서 스스로 재정의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음, 그렇다면 나에겐 무엇이 사랑일까? 생각만으론 어림없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고 동사다. 아기를 구하러 불난 집으로 뛰어들어가는 것, 만사를 제치고 가장 우선하는 것, 그런 행동을 저절로 하게 만드는 그런 상태를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공해라도 배불리 먹고 싶다고 말하던 시대가 있었다. 1976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 중에 환경공부를 하던 최열에게 운동권 친구들이 던진 뼈있는 농담이었다. 더한 시절도 있었다. 1962년 6월3일 건립된 울산 공업탑에는 “제2차 산업의 우렁찬 수레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산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가는 그날엔 국가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이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새겨있다. 지금은 어떤가. 환경이란 단어는 일상이 되었다. 공사장 가림벽에도 아로새겨질 만큼 ‘있어 보이는’ 장식 문구로까지 진화하였다. 그렇지만 환경이 좋아진 건 아니다.

지난 2월22일 미세먼지센터 창립 심포지엄에서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미세먼지’ 이슈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국민들은 방사능보다도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에는 더 심각해져서 한국인이 가장 불안을 느끼는 ‘위험요소’는 북핵도, 지진도 아닌 미세먼지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Ⅳ)’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3839명을 대상으로 각종 위험에 대한 불안 수준을 측정한 결과, 가장 높은 항목은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으로, 점수는 3.46점을 기록했다. 이런 국민의 불안을 누가 잠재울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한 평가가 각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41% 득표로 당선된 후 80%대 지지를 받는 대통령은 유례없는 일이다. 학계와 시민단체의 환경·에너지 전문가 100인의 평가도 부족한 부분은 있었지만 총점만큼은 지난 정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문재인 정부 1년 평가에서는 환경 문제를 주요 범주에 올리지도 않았다.         

또 기후변화에 보이는 각국 정상들의 관심이나 미세먼지에 쏠리는 국민의 불안에 비해 청와대 환경사령탑의 지위가 다른 분야만큼 안되는 것도 의아하다. 현재 사회수석실 산하에 기후환경비서관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밝힌 정책현안에서 미세먼지는 기타 분류 안에 속해 있다.

홈페이지를 계속 보자면 지난 1년간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외에 환경 쪽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미세먼지가 준동하던 시점에 대통령과 영부인의 한말씀을 기대했는데 듣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내용과 SNS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민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해야 할 15개 숙제를 올려놓았다. 그중 첫 번째 숙제가 안전환경이고, 그 세부 목표는 미세먼지 대책수립이다. 국민이 100을 원할 때 110을 해줘야 시원한 법인데, 향후 과제로라도 미세먼지가 제일 앞머리에 놓여있어 다행이다.

환경부도 2012년부터 예산이 늘지 않았다. 민원의 20%가 ‘미세먼지’인데 관련예산은 4.7%뿐이고, 그나마 미세먼지 절감 효과가 미미한 친환경차에 예산이 집중되어 있다. 정부건 민간이건 몸이 가는 곳에 마음이 있고, 예산과 조직이 받쳐줄 때 한걸음 문제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 행하지 않는 믿음은 거짓믿음이라고 성경에도 나와 있다. 예산은 기재부가 나눠 주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열망과 지도자의 뜻과 부처의 열정에 따라 효과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그 열망을 보여줄 때가 왔다.

내일(5일)은 유엔이 정한 환경의날이고 오는 13일은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날이다. 후보들이 나열한 비슷비슷한 공약들 중 따져봐야 할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다. 새끼 구하려 불난 집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지도자는 누구일까. 똑똑한 유권자가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다. 깐깐하게 따져보고 제대로 뽑자. 맑은 하늘에 한 표!

<이미경 |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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