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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제64회 현충일인 6일 추념사에서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며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면서 “저는 보수든 진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애국’을 11번, ‘진보’와 ‘보수’를 9번 언급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극명하게 갈리는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에 대한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항일의병과 광복군, 국군, 참전용사, 민주열사, 의인들이 나라를 되찾고 국가를 수호하는 데 진보와 보수를 따졌을 리 없다. 한데도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산업화와 민주화를 놓고도 상대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인정하지 않거나 폄훼해 왔다. 특히 보수진영은 애국과 태극기를 자신들의 전유물인 양 주장해왔다.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사회 전반에 서로를 공격하는 대결구도를 부추기고 있다. 선열들 앞에 한없이 부끄러운 현실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독립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노력이 함께 녹아 있다”고 했다. 독립운동, 산업화, 민주화 역사가 하나의 운명공동체 안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위패봉안관을 찾아 재일학도의용군 및 애국지사 위패를 살펴보고 있다. 강윤중 기자

U-20 월드컵에 출전 중인 우리 선수들은 한국 관중들에게 애국가를 부를 때 함께 크게 불러달라고 했다. 광주광역시의 1300여개 노래방은 경건하게 현충일을 맞자는 취지에서 6일 하루 일제히 문을 닫았다고 한다. 어린 선수들과 시민들의 나라 사랑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런 마음들이 바로 애국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선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인식에 공감한다. 

독립과 호국, 민주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세 기둥이다. 그 과정에서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더 발전된 나라를 만드는 건 후대의 본분이다. 나라를 지키는 확고한 안보관도, 정의와 공동체를 위한 노력도 이런 추념 정신에서 나올 수 있다. 애국은 진영 논리에 따라 이리저리 재단하거나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역과 이념을 넘어 화합과 통합으로 가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이다. 애국을 통합의 구심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의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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