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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는 매월 초 정례 모임을 갖는다. 1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이날 서울 남영동 옛 대공분실에서는 6·10민주항쟁 제3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황 대표는 이자리에도 불참했다. 대신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표현의 자유’ 억압 실태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에겐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의나 민주화의 전기를 이뤄낸 시민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것보다 자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하는 게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지금처럼 언론과 야당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저주와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낸 적이 또 있었을까 생각하면 이른바 ‘표현의 자유’ 토론회는 그다지 시급한 자리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황 대표는 지난달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무리한데 이어 민생투쟁 시즌2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번에 중도층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고 보고, 이번엔 여성·청년층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말이 민생투쟁이지, 오로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뿐이다. 의미 있는 대안을 내놓고, 어떻게 예산을 뒷받침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없다. 황 대표는 지난 주말 “정부가 민생을 팽개치고 정치 놀음할 때 우리가 민생을 챙겼다. 민생대장정을 누가 했는데 이제 와서 민생을 팽개친 사람들이 들어와서 민생을 챙기라고 한다”고 했다. 황 대표가 장외투쟁을 통해 무슨 민생을 어떻게 챙겼다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회는 국회법이 규정한 ‘매 짝수월 임시국회 개회’도 지키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은 47일째 심사조차 못하고 방치돼 있다. 그밖에 민생안정과 경제활력을 위한 법안도 산적해 있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 대응,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대북 식량지원 등 시급한 현안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데도 3월 임시국회 이후 본회의를 한 번도 열지 못한 입법부 부재 상태가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안팎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빨갱이’ ‘천렵질’ 같은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당 말대로 정부 정책이나 추경안에 문제가 있다면 야당이 이를 따지고 고치는 건 당연하다. 국회는 그러라고 있는 장(場)이다. 국회법에 명시된 회의조차 거부하며 바깥에서 민생을 거론하는 건 위선이요, 기만이다. 이도저도 다 하지 않겠다면 제1야당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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