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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의 한 단과대 학생회가 주최한 신입생 환영회에서 노골적인 성적표현으로 수치심을 부추기는 게임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행사에 참여한 신입생의 폭로는 가히 충격적이다. ‘25금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을 하면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유사 성행위를 묘사하는 단어는 물론 몸동작까지 제시했다. 그날 밤 숙소에서 이뤄진 이른바 ‘방팅’에서는 게임에서 지는 여학생이 남학생 무릎에 앉아 껴안고 술을 마시는 벌칙을 강요당했다.
28일 한양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신입생 환영회에서 새내기들이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웃고 있다._경향DB
신입생 환영회가 빗나간 음주와 성범죄, 군기 잡기 문화의 온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모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도 신입생들의 방에 여성의 신체를 묘사한 이름을 짓고 선정적인 벌칙을 강요하는 등 판박이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문제가 된 대학과 마찬가지로 이번 건국대 학생회도 행사 직전에 두차례에 걸쳐 성평등 교육을 받았지만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여성을 성의 도구화하는 부정적 성관념이 여전히 잔존할 뿐 아니라 도덕적인 불감증도 뿌리 깊다는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다. 사회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보다는 기성사회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학에 첫발을 내디디는 신입생들은 전혀 새로운 환경인 대학문화에 적응해야 할 약자라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공개한 신입생도 ‘제가 보수적인지, 혹시 나만 기분 나빠하는 게 아닌지 한참 고민한 뒤에 공개했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들에게 술을 강제로 먹이고, 성희롱을 자행하며, 군기를 잡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기득권자의 ‘갑질’이다. 반인권적인 작태가 다른 곳도 아닌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대물림돼서야 되겠는가. 이참에 신입생 환영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일부 대학·학생회가 시행하고 있다는 무알코올 환영회나, 당일치기·교내 숙박 등 다양한 방식의 환영회를 모색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무너진 지성과 도덕을 추스르는 것이야말로 대학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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