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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공교육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똑같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학교선생님이 매를 때리면 체벌했다 해서 고소당하거나 금세 인터넷에 올라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학원선생님이 매를 때리면 학부모가 고마워서 감사 전화를 드린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어려운 고민거리가 생기면 학교선생님 앞에서는 그것을 감추고 학원선생님께는 다 털어놓는다고 한다.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에게 이유를 물으면, 학원 숙제로 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잠을 못 잤다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학교가 학원만 못한 상황에 이른 데는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제도적 결함이나 당국의 정책적 과오, 교육을 수단적 가치로만 바라보는 사회 일반의 왜곡된 교육관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실질적 주체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학교와 선생님들의 책임 또한 적다할 수 없을 것이다.

인성교육 -서울 강서구 염경초등학교에 학생들의 꿈이 적힌 메모가 벽돌 위에 붙어 있다._김창길 기자

학교는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일까?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람의 도리, 세상을 사는 지혜를 가르쳐 전인적인 인간으로의 바람직한 성장을 돕는 일이 교육이고, 그것을 행하는 공간이 바로 학교 아니던가. 입시위주 교육이 문제니까 국·영·수를 아예 학교에서 가르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처럼 학교가 앞장서 경쟁을 부추기는 가운데 아이들을 단순히 공부기계로만 만들어 한줄 세우기에 매달림으로써 그들에게서 인간다움의 기본적인 성정마저 빼앗아 버린다면 그것이 한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를 극도의 절망과 위기로 내몰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에서 최우선 과제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것이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며, 성공적 미래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필요조건임을 깨달아 인성교육법을 제정하고 금년부터 본격적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제라도 교육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의 토대 위에서 입시 제도를 바꾸는 일을 포함한 현행 교육시스템 전반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일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또한 하나 된 마음으로 거들어 나가야 한다.


전상훈 | 광주첨단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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