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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또 무슨 일이 터질까 겁이 난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매일 일어나는 ‘막장극’이나 다름없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어제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해 롯데와 SK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해 하반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롯데 관계자와 만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11월 소공동점의 재승인허가를 받는 과정에 최 의원이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기획재정부와 관세청도 압수수색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지난해 청와대 근무 시절 최씨 의혹과 관련해 전경련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장이 여러 정부부처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SK·롯데그룹 면세점 사업 관련 의혹과 관련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최씨의 행적과 관련한 새로운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씨의 운전기사였던 김모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말을 쏟아냈다. 그는 “최씨가 1998년부터 운영한 안가에서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인 안봉근·정호성·이재만 비서관이 거의 살다시피 했다”며 “이들은 ‘최씨의 종’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관천 전 경관이 증언한 ‘권력서열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말이 맞다고 했다. 경악할 내용이다.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니 최씨가 K스포츠재단 운영과 관련해 시설비 일부를 떼어먹으려고 했다거나, 기업들에 건물이나 부동산보다는 현찰을 요구했다는 내용은 사소해 보일 지경이다. 이처럼 눈덩이처럼 커지는 의혹에도 청와대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지 않은 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대통령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밝히면 모든 의문이 풀릴 일인데도 빙빙 돌려서 선문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혹이 온갖 부문으로 퍼지면서 이게 정말 그동안 이 나라를 이끌던 그 정부가 맞나 하는 자괴감이 들게 한다. 기획재정부는 면세점 허가 문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동계올림픽 이권으로,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삼성지원 의혹으로, 교육부는 정유라씨 입시부정으로, 법무부는 국정농단 수사 문제로 벌집 쑤신 모양이 되었다. 시민들이 이런 꼴을 보려고 대선날 투표장에 가고 세금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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