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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재판 1심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법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기소를 앞두고 형사합의 재판부 3곳을 늘리기로 했다. 사건이 배당될 수 있는 재판부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신설된 3개 형사합의부의 법관 9명은 모두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없다. 기존 13개 형사합의부 재판장 가운데 6명(46%)이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함께 근무했거나 참고인·피해자 신분인 것과 대비된다. 결국 형사합의부 3곳 증설은 국회와 재야법조계·시민사회의 ‘특별재판부’ 도입 압박에 대한 응답으로 읽힌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특별재판부는 헌법상 근거가 없고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1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우리는 사법농단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독립적·중립적 법관에게 심리를 맡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재판부가 위헌적이라는 법원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임 전 차장 기소 이전 특별재판부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법원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본다. 1심 재판부 몇 군데 늘리는 정도로는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우선 서울중앙지법 차원에서 사법농단 사건 배당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제척·기피·회피 사유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법원행정처·대법원 근무 경력이 없는 법관으로 재판부를 늘려놨으니 법원을 믿어달라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출신 학교·사법연수원 기수 등의 인연을 매개로 촘촘한 연고관계를 형성하는 법관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사법농단 재판의 공정성 문제는 서울중앙지법에만 맡겨놓을 일도 아니다. 임 전 차장을 필두로 전직 대법관들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줄줄이 기소될 가능성이 짙다. 사상 초유의 사건이고 피고인이 법률가인 만큼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된다. 2심은 물론 3심까지 가게 될 공산이 크다. 마땅히 대법원 차원에서 사법농단 재판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지난 9월 사법부 70주년 기념사)을 하겠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법원과 법관에 대한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는데, 대법원장은 팔짱만 끼고 있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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