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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등 일본 정치인들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을 “폭거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일본 정부가 ‘징용공’이라는 공식 표현을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바꿨다. 또 지난 9일 한류를 대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TV아사히 출연이 전격 취소됐다. 멤버 한 명이 지난해 입은 ‘광복 티셔츠’를 문제 삼았다. 연말까지 잡혀 있던 NHK 등 다른 방송의 출연 일정까지 줄줄이 백지화할 것이라고 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문화교류까지 막아선 일본의 처사에 유감을 표하며, 양국 간 갈등 확산을 우려한다.

13년이나 끌어 온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최종 선고가 원고 승소 판결로 내려진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일본 정부가 징용 노동자 명칭을 바꾼 것은 징용의 강제성을 은폐하려는 꼼수다. 지난 1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의회 발언을 통해 일본은 할당모집, 관 알선, 국민징용 등 3가지 방식으로 노동자를 데려갔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이런 구분은 무의미했다. 일제가 할당받은 정원을 채우기 위해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고 갔고, 이후 기업에 배치된 징용자들이 죽음에 이르는 강제노역을 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모집 형식으로 동원된 노동자들이 귀국을 원해도 강제로 붙들어두고 노역을 시켰다. 방탄소년단의 TV 출연 취소 역시 갈등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대응이다. 일본 우익단체가 문제 삼았다는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한국인들과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버섯구름 사진에 PATRIOTISM(애국심) LIBERATION(해방) 등의 영문 문구가 들어있다. 원폭 투하 사진을 담은 것은 부적절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티셔츠를 뒤늦게 찾아내 문제 삼는다고 방송 출연을 금지시킨 것은 졸렬하다. 혹여 한류 열기를 식히려는 의도가 개입돼 있다면 그야말로 세계적인 조롱거리다.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입은 ‘광복 티셔츠’ 온라인 캡처

한국인의 뜻은 일본이 새롭게 사과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반성의 태도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진정 한국과의 갈등을 피하고자 한다면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서는 안된다. ‘징용공’ 같은 용어 하나를 바꿔 진실을 가리려는 시도부터 멈춰야 한다. 그리고 방탄소년단 출연과 같은 문화교류는 막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감정에 이끌린 과도한 일본 비판은 한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일본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는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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