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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 개혁과 관련해 법원 내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김 대법원장은 12일 “국회에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최종 의견을 표명하기에 앞서 법원 가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발전위원회는 ‘사법행정회의’ 위상에 관해 단일안을 채택하지 못했고, (사법발전위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 역시 완전히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후속추진단은 사법농단의 진원지인 법원행정처(행정처)를 폐지하고, 비법관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해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대부분 넘기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1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법부의 변화는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1년2개월이 흐른 지금,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체감하는 시민은 없다. 그나마 지난 7일 후속추진단이 발표한 사법행정 개혁안은 사법관료화의 폐해를 없애고 수평적·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로의 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원 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말로만 개혁을 외치며 도돌이표를 반복할 텐가.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이 경향신문의 ‘행정처 부활 프로젝트’ 보도 이후 나온 것은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대외비 문건을 보면, 대법원은 기존 행정처 기능 상당 부분을 사법정책연구원과 사법연수원으로 옮겨 현직 법관이 계속 맡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건 내용대로라면, 향후 사법정책연구원과 사법연수원은 사실상 ‘미니 행정처’ 노릇을 하게 된다. 사법농단을 촉발한 행정처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알면서도 이를 유지하겠다는 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발상일 뿐이다. 대법원은 “행정처 부활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해당 문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법원 내 의견을 듣는다 해도 단일한 방향으로 수렴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최종 결단은 대법원장 몫이다. 김 대법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사법개혁의 뚜렷한 방향을 세워야 한다. 기존 체제의 온존을 바라는 일부 법관들에게 휘둘려서는 안된다. 법관들은 사법행정에서 손을 떼고 재판 업무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는 게 옳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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