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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주요 ‘적폐청산’ 수사를 연내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가 본래 그 기한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안에 주요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모든 검찰 업무가 적폐 관련 수사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은 연내에 마치는 걸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댓글조작·사법방해·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의 수사를 이달 안에 끝낼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기 위해 간담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총장은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으면 지치지 않느냐. 사회 전체가 한 가지 이슈에 매달려왔는데,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도 사회 발전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연내 마무리 방침의 이유를 설명했다. 적폐청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야권 반발이 거세지는 데다 국제적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한다.

어떤 수사든 불필요하게 길어질 경우 피로감을 낳게 마련이다. ‘신속한 수사’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실체적 진실을 분명히 밝혀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핵심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고 구속적부심 석방도 이어지고 있다. ‘의혹의 몸통’으로 부각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전되지 못한 터다. 수사를 서두르는 것이야 나무랄 바 아니나, 검찰 스스로 시한을 정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문 총장의 발언에서 염려되는 부분은 또 있다. “내년에는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민생사건 수사에 보다 집중하겠다”고 한 대목이다. 다른 부처·기관에서 수사의뢰된 사건에 집중하느라 인지수사에 쏟을 시간과 인력이 충분치 않다는 데 검찰 내부적으로 불만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적폐청산과 민생은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과거 정권이 자행한 정치공작의 피해자는 단순히 몇몇 정치인이나 연예인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행태는 수많은 시민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수십년간 피 흘려 쌓아올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곪을 대로 곪은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고, 청산할 과오는 단호히 청산할 때만 민생이 나아지고 미래도 열린다. 검찰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기 바란다. 시민은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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