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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12월2일) 내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여야는 3일에도 물밑협상을 이어갔으나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 지원 문제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예산안을 12월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고 못 박은 국회 선진화법이 2014년 시행된 이후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는 처음이다. 핵심 쟁점은 공무원 1만2000명 증원에 필요한 5349억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 지원자금 2조9000억원이다. 공무원 증원 규모를 놓고 여당은 1만500명안을 제시했지만, 자유한국당은 7000명, 국민의당은 9000명을 고수해 끝내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야당은 1년 시한으로 한정해서 지원하자고 하고, 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이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 부수법안 21건 중 9건을 우선 처리하고 산회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되었고, 시민들의 선택은 이런 정책을 지지·동의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유권자들이 압도적 지지로 선택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존중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예산으로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 어느 정부가 제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면 공수표에 그치거나 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당이 그동안 제 역할을 다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심사해달라며 국회로 넘긴 게 9월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 합의 없이는 법안도 예산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제3당인 국민의당을 우군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예산 협상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자극해 예결위 소위가 파행하는 등 모습도 보였다. 치밀한 전략도, 대비도 부족했다. 오죽하면 야당에서 “시간이 가기만 기다리는 ‘침대 축구’ 같은 식으로는 예산이 통과될 수 없을 것”이란 조롱까지 나오겠는가.

여야는 4일을 새로운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막판 대타협에 나설 계획이다. 여당은 야당을 정책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협치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지율만 믿고 야당을 몰아붙여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야당은 상투적인 벼랑 끝 전술로 정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지금은 민생과 경제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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