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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영 전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2008년 제기됐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허위 제보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최초 제보자임이 경향신문에 의해 밝혀진 데 이어 그가 주 전 의원에게 먼저 접근해 제보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사건이 보도되자 박 최고위원은 ‘제보 사실을 부인할 테니 말을 맞춰달라’고 주 전 의원에게 부탁까지 했다. 허위 제보도 모자라 사후 조작까지 꾀하다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박 최고위원은 대검찰청 등에서 범죄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다 2005년 6월 퇴직, 1년 만에 한나라당 공천으로 안산시장에 당선된 인물이다. 허위 제보를 한 시기는 2006년이고, 주 전 의원은 그로부터 2년 뒤인 2008년 10월 국감에서 이를 터뜨렸다.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박 최고위원이 어떻게 퇴직 수개월 만에 공천됐는지, 주 전 의원은 왜 2년 동안 제보를 묵혀두었는지 온통 의문투성이다. 박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최고위급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다는 정도가 알려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광우병 집회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야당 때 받아놓은 허위 제보에 여당이 된 뒤 추가로 찾아낸 정보를 덧붙여 국면전환을 꾀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검찰은 주 전 의원이 이 건으로 명예훼손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제보자의 정체를 모두 파악해놓고도 추가로 수사하지 않았다. 정치공작의 냄새가 진동한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다. 안 대표는 자신도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진실이 규명되는 대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친안철수계 인사로 안 대표가 추진하는 통합론에 힘을 보태는 박 최고위원을 사실상 두둔하고 있다. 드러난 허위 사실에 대해서조차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가 내세우는 새 정치니 통합이니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구나 박 최고위원은 비자금 허위 제보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면서 뒤로는 주 전 의원에게 말을 맞추자고 회유했다고 한다. 국민의당과 안 대표가 박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와 최고위원직 박탈을 결정했지만 그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은 허위 사실이 폭로된 날 일기장에 “죽어서도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얼마나 억울하면 그랬을까 싶다. 안 대표는 진정 김대중 정신을 이어받고자 한다면 당장 진상조사를 지시해야 한다. 검찰도 수사에 착수하고,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역시 귀국해 증언해야 할 것이다. 하루속히 사건의 전모를 밝혀 정치공작은 결코 묻히지 않는다는 교훈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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