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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북핵 대응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큰 틀의 전략과 정교한 실천계획을 마련해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현안에 대한 임기응변식인 데다 그나마 군사적 대응 위주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탄도미사일 발사나 고성능 폭탄 투하 훈련으로 맞대응하는 게 대북정책의 전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북한의 도발적 행태에 대한 임시적 조치일 뿐 적절한 북핵 문제 해결책은 아니다. 북핵 도발에 대한 도덕적 응징이나 분풀이는 될지 몰라도 북핵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의 북핵 대응과 관련해 최근 현안으로 등장한 것이 전술핵 재배치와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처음 공개 거론한 전술핵 재배치 전략은 소규모 핵무기를 주한미군에 배치해 북핵과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이루자는 것이다. 송 장관은 그제 국회 답변에서도 “깊이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의견을 말했을 뿐이라는 당초 설명과도 다르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회원국 대사들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정권의 비이성적 핵위협을 고려하면 과연 “공포의 재균형” 전략이 먹힐지 의구심이 든다. 1991년까지 미국이 한반도 전술핵을 배치했을 때 북한이 그 핵을 두려워했다면 핵개발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방안은 북핵 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은 떨어지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명분 상실과 북한 핵무장 명분 제공, 동북아 핵경쟁 촉발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전술핵 재배치 검토를 통해 이에 반대하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핵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도록 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지 않으냐고 말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처럼 북핵 대응 효과는 없으면서 경제보복만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 역시 적절한 북핵 대응책인지 의문이다. 500㎏으로 묶여 있는 미사일의 탄두중량 제한을 풀어줘 파괴력을 높이자는 것이지만 이것이 북핵 억지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탄두중량 제한 해제는 사실상 미사일 사거리 연장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이는 좁은 한반도 국토를 고려할 때 사실상 불필요한 일이며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대북 제재에서도 강경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최고 수준의 제재·압박”을 거론하더니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차원이 다른,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어에서 대화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 물론 전반적인 북핵 로드맵에 따라 강경·온건책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강경 대처에서는 전반적인 북핵 대응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위기관리 능력도 미흡하다.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북핵 정책 원칙 자체가 무너진 것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정부의 단선적 북핵 대응이 북핵 위기라는 전체 판을 보지 못한 결과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북핵 문제 전반의 흐름을 지켜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못한 채 눈앞의 현상에만 급급하다 보면 북핵 사태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것이 외교안보 라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제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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