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 이석태 위원장이 “정부·여당이 세월호특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며 특위 내부자료가 청와대와 새누리당, 정부 부처, 경찰에 유출된 정황을 공개했다. 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특위의 중립성과 직원의 직무상 비밀누설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의 비협조로 특위 활동이 지연되고 있는 터에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다니 개탄스럽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세월호특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에서 파견돼 특위 임시지원단에서 근무하는 ㄱ사무관은 지난 20일 ‘임시지원단 주간업무 실적 및 계획’이라는 문서파일을 e메일로 대통령비서실 부이사관,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 서울 방배경찰서에 보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지적대로 특위의 독립성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행태이다. 세월호특위에서 문서 유출 논란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월 “세금도둑” 운운하며 특위를 비난했을 때 근거로 인용한 자료도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가공한 문서였다고 한다. 공식 문서도 아닌 자료가 외부로 흘러나가 여당 의원의 특위 공격에 활용된 것이다. 김 의원 발언 이후 특위는 예산낭비 논란에 휘말려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문서 유출이 단순한 유출이 아니라 조직적 방해 책동의 일환일 수 있음을 방증한다.

23일 서울 서초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이석태 위원장과 임원들이 최근 벌어진 한 파견 사무관의 행동과 정부의 예산 책정 미루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는 특위 설립준비단이 지난달 17일 넘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해서도 한 달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입법예고를 하지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있다. 시행령 제정이 계속 미뤄질 경우 세월호 참사 1주기인 다음달 16일까지도 특위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어제 기자들과 만나 “특위 조직 등에 대해 조율이 덜 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으나 납득하기 힘들다. 조율이 덜 됐으면 일단 특위 측 원안을 입법예고한 뒤 각계 여론을 수렴해 수정하면 될 일이다. 한 달 넘게 시간만 끄는 것은 특위를 압박해서 원안보다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려는 의도 아닌가.

세월호특위는 여야 합의로 만든 세월호특별법에 의해 탄생한 기구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자꾸 딴죽을 건다면 ‘밝혀져선 안될 진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커지게 된다. 거듭 밝힌 바와 같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세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세월호특위 활동을 훼방 놓으려는 책동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참사 1주기가 20여일 앞인데 진상조사의 첫발도 떼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나. 부끄럽고 참담하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