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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틀에 걸쳐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초점은 역시 경제였다. 정치는 곧 경제이며, 피폐해진 서민들의 삶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게 시대적 소명임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표는 연설 분량의 80%를 경제로 채웠다. 연설문에는 경제란 단어가 100회나 등장했다고 한다. 그는 “성장에서도 유능한 진보가 되는 게 목표” “성장 없는 풍요와 경제정의를 생각할 수 없다”는 등 기존 ‘진보의 분배’에 ‘성장의 보수’를 접목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공정한 경제 생태계, 소득주도 성장 등을 말하며 정부의 경제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다만 임금인상 등 구체 현안에서 현실적인 정책방안이 담기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국회연설의 백미는 유승민 대표였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창조경제를 성장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각을 세웠다. 중부담·중복지를 위해 가진 자가 세금을 더 내고,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재벌은 정부 특혜와 국민 희생으로 성장을 이룬 만큼 비정규직과 하도급 문제 해결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기업인도 죄를 지으면 보통사람과 똑같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또 “진영은 본질이 독재와 같다”면서 진영논리의 창조적 파괴를 거론했다. 기존 집권당 최고지도자들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발언들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야당은 박수를 보냈고, 새누리당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등 허둥대는 모습이 확연하다. 물론 이번 발언이 개인적 소견이니,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행위로 해석할 수도 있다. 더구나 그의 당내 입지를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도 의심스럽다. 하지만 집권당 지도부가 이런 말을 하게 됐다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유 대표 발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재벌개혁, 복지 증진, 양극화 해소 등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당선된 게 박근혜 대통령이다. 하지만 당선된 뒤 경제활성화로 돌아서면서 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복지 역시 135조원의 공약가계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지만 대통령 공약에 사로잡혀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유 대표의 연설은 건강한 자아비판이라고 할 만하다. 위기의 경제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더 발전시키는 것이다. 과거의 좌표에 매달려서는 미래가 없다. 여야 대표들의 경제해법 찾기가 서민의 삶에 온기로 되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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