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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어제 “정수장학회 문제는 저도 관계가 없다. 제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MBC 사측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MBC와 부산일보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지난 12일 알려진 지 사흘 만에 나온 언명이다. 그는 ‘지분매각 대금을 부산·경남의 선심성 사업집행에 쓰려고 한다’는 야당의 비난에 대해서도 “지역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인데 야당이나 저나 이래라 저래라 해야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참으로 안이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안 제시를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먼저, 박 후보는 결코 정수장학회와 관계가 없는 사람일 수 없다. 그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이 장학회 이사장을 맡았다. 야당은 그 시기 박 후보가 11억3720만원의 불법 보수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최필립 현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의 ‘충신’이다. 최 이사장은 이번에도 MBC 매각 대금을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돼 있다. 그럼에도 박 후보는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한다.
(경향신문DB)
법적으로 따지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사가 모두 법으로만 두부모 자르듯 재단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그 정치적 성격을 결코 도외시할 수 없다. 5·16 쿠데타 후 부일장학회의 강제헌납부터 모든 과정이 그렇다. 그럼에도 박 후보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은 “나와 상관없다”는 말뿐이다. 여기서 문제의 본질은 ‘나와 무관하다, 아니다’가 될 수 없다. 이럴 땐 장두노미(藏頭露尾)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아도 꼬리는 감출 수 없다. 정치인, 그것도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정치인이라면 고도의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 법만 되뇌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당성이 결여된 인사들이 밀실에서 공영방송 MBC를 자의적으로 민영화하려다 들통이 났다. 이것은 지도자로서 즉각적인 가치판단과 의사표명이 필요한 것이지 결코 치지도외(置之度外)할 일이 아니다.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박 후보의 반응은 ‘계속 추진하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이런 박 후보의 인식은 측근들에도 훨씬 못 미치는 듯하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최 이사장에게 객관적·중립적인 사람에게 이사장을 넘기고 자진사퇴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박 후보가 계속 드러내고 있는 안이한 언론·방송관은 나아가 국정 전반을 어떻게 이해하고 구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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