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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 동아대 교수·문화연구
청년 여러분, 요즘 많이 힘드시죠. 학교 공부만으로도 버거울 텐데 스펙 준비도 해야 하고 등록금 때문에 알바까지 한다면서요. 또 대출까지 받아 대학을 졸업해도 ‘번듯한 직장’의 꿈은 간 곳 없고, 세상은 여러분을 비정규직으로 떠밀고 있다죠. 게다가 여러분을 ‘3포 세대’라 부른다면서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죠. 젊은이들의 사랑마저 빼앗아간 사회. 이처럼 슬프고 서러운 세상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세상이 이렇다보니 요즘 ‘스펙’에 ‘올인’하는 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하셔야죠. 그렇지만 스펙에 올인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관문을 통과하는 건 더 힘들어집니다. 게다가 번듯한 직장의 대표격인 공기업의 민영화 얘기까지 나오지 않습니까. 결국 취업 기회가 계속 줄어드는 지금의 현실에서 여러분의 미래는 바뀌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 답답한 현실을 바꿀 방법은 없는 걸까요? 왜 없겠어요. 12월에 대통령 뽑잖아요. 그때 투표하는 겁니다. 그거 한다고 세상이 바뀌냐고요? 바뀝니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졸라’ 중요합니다. ‘스펙 쌓기’보다는 ‘투표하기’가 여러분의 미래를 바꾸는 데 ‘직빵’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게 차라리 더 쉽다는 얘깁니다.
대선 후보들이 모두 ‘경제민주화’를 외칩니다. ‘재벌개혁’이라고도 하죠. 이거 잘할 대통령 뽑으면 됩니다. 재벌개혁을 해야 번듯한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재벌이 잘돼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부모님들 많을 거예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재벌들이 (재벌들만!) 너무 잘돼서 여러분들의 취직이 안되는 거예요.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재벌기업에 취직하는 게 꿈이지요? 국내총생산에서 5대 재벌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예요.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죠. 순이익만 10조원이 넘는 회사도 있대요. 그런데 이들 재벌이 여러분을 얼마나 취직시켜 줄까요? 3%도 안돼요. 그래도 어쨌든 여기 취직만 하면 ‘고민 끝’일까요?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에 입사해도 그 회사에서 임원이 될 확률은 고작 0.6%밖에 안된답니다. 이 얘기가 무슨 얘기냐. 입사동기 167명 중 한 명만 임원이 된다는 얘깁니다. 그럼 이건 또 무슨 얘기냐. 나머지 166명은 나이 오십 되기 전에 회사에서 ‘아웃’이란 얘깁니다.
그럼 중소기업은 어떨까요? 사실 우리나라 고용의 대부분은 중소기업들이 해줍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재벌들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단가 후려치기, 어음 남발,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을 피 말리게 하고 심지어 부도까지 나게 합니다. 결국 재벌은 고용에 기여하기는커녕 고용의 대부분을 떠맡고 있는 중소기업마저 고용을 할 수 없게 괴롭히는 거죠. 여기에 사내하청과 골목상권 침해 문제까지 더하면 재벌은 청년실업, 비정규직, 저임금,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지요.
지도자를 잘 뽑는 건 정말 중요한 겁니다. 지난번에 서울시민들이 머리 벗겨지고 이름도 촌스러운 아저씨를 시장으로 뽑았잖아요. 그 아저씨는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하고 서울시 산하 기관의 비정규직 3000여명을 몽땅 정규직으로 바꿔줬습니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겐 등록금을 반값만 내게 했습니다. 그 학교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이 얼만지 아세요? 102만원입니다. 그때 한 학생이 썼던 글이 제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제 공부만 하면 되겠네.”
정치, 밥 먹여줍니다. 취직시켜 줍니다. 안 잘리게 해줍니다. 그러니까 투표하세요. 여러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참 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이야기하세요. 이번에 자식 좀 도와달라고.
(경향신문DB)
그런데요, 요즘 얘기를 들어보니 투표율 높아질까봐, 여러분이 투표할까봐 부들부들 불안에 떠는 정당이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 선거날 날씨가 화창해서 여러분이 놀러 나가기만 기도하고 있답니다. 그런 정당은 좀 곤란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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