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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안철수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박근혜 대세론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걸 두고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전 의원은 대세론이 지고 대안론이 부각됐다고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여론조사에서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여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보다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훨씬 더 많아졌다. 이른바 ‘안철수 효과’다. 


 그런데 차분하게 따져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여론조사의 1 대 1 대결에서 안 후보나 문재인 후보 공히 이기거나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 투표에서 얻는 득표율로 보면 안 된다. 안 후보나 문 후보를 지지하는 층은 투표율이 낮고, 박근혜 후보의 지지층은 높은 투표율을 자랑한다. 따라서 현재의 지지율에다 세대별 투표율 변수를 집어넣어 시뮬레이션하면 야권 후보가 진다. 요컨대,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 박 후보를 이기는 판세는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야권이 단일화만 하면 승리할 것이란 전망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지지율 데이터가 만들어낸 착시효과에 다름 아니다. 내일 당장 선거가 치러진다면 박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보는 것이 객관적 추론(reasoning)이다. 그러므로 야권 단일화는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지지하는 층이 투표장에 나갈 마음, 즉 투표 동기를 갖도록 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지금 야권의 두 후보가 펼치는 경쟁이 야권의 지지층, 예컨대 20~30대에게 투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최소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닌 것 같다. 야권의 두 후보가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경향신문DB)


민주당이 안 후보에게 민주당 입당을 강권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 이렇게 묻고 싶다. 안철수가 입당만 하면 그 지지층이 ‘군말 없이’ 따라갈 것으로 보나? 단일화만 하면 자연스레 두 지지층이 합일될 것으로 본다면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기존 정당에 실망하거나, 정당을 통한 정치참여가 아니라 다른 채널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층이 안 후보의 지지층이다. 이들이 순순히 안 후보의 입당을 뒤따르지 않을 것임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 민주당이 안 후보에게 입당을 압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민주당의 계산은 이렇게 추측된다.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 정당후보론 등과 더불어 입당 요구를 통해 민주당 지지층에게 안 후보가 민주당에 별로 애정이 없다는 정서적 판단을 만들어 내면 이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마음을 줄 것이다.’ 민주당의 차별화 공세에 대해 안 후보의 대응이 능숙하지 않으니 일견 먹혀들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산이다. 민주당 쪽의 눈에 ‘별로 하는 것도 없어’ 보이는 안 후보인데도 그의 강세가 지속되는 것은 문 후보가 민주당 혁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없다면 아무리 ‘안철수 밀어내기’를 해도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도 오판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소속 대통령이 가능하다는 따위의 응답으로 민주당 지지층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정권교체란 목표를 위해 안 후보에게 마음을 주는 민주당 지지층인데, 마치 정권교체에 둔감한 것처럼 비쳐지는 모습을 안 후보가 자초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 후보에 대한 전략적 지지가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 안 후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을 지지해온 이들의 자존심을 뭉개면 안된다. 낡은 정치의 책임은 민주당 상층에게 있는 것이지 민주당 당원·지지층에게 있지 않다. 안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의 열망을 존중하고 적극 감싸안아야 한다. 


후보단일화의 핵심은 두 후보를 하나로 줄이는 게 아니다. 양 지지층의 합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안 두 후보의 파트너십과 세심한 배려가 필수적이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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