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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후보 간 경쟁이 정책 대결이 아니라 말꼬리 잡기와 흠집 내기로 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표창장’ 논란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가 토론회에서 특전사 복무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받기도 했다”고 소개하자 민주당 안팎의 대선후보들이 융단폭격하듯 비판을 쏟아냈다. 비판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까지 크게 문제 삼을 일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또 자유한국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 끝에 별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문 후보 아들의 대기업 입사에 대해 연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토론회가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최성 고양시장.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대선에서 정책 토론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경제와 민생, 외교안보, 노동 등 해결이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후보 간 치열한 토론을 통해 공약을 검증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게다가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와 캠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책을 조율할 틈도 없이 바로 집무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선거 과정을 통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공약을 국정에 그대로 반영한다면 상당한 시행착오가 우려된다. 그런데 후보 간 정책 토론의 빈도는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 적다.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 복지와 외교안보 정책 등을 놓고 정책선거를 했던 것에 비해서도 후퇴하고 있다. 갑자기 치러지는 대선이라 공약 준비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도 아쉬운 일이다. 후보 약세로 공약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정당과 후보들이 비방전에 더욱 적극적인 점은 유감스럽다. 정책 대결을 선도하지는 못할망정 흠집 내기로 선거판을 흐리는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다.

문 후보를 비판했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어제 공세를 멈추며 “경선 캠페인이 네거티브로 흐르지 않도록 품격 있게, 그리고 절제 있게 말하고 상대를 존중하자”고 제안했다. 바람직한 태도이다. 모든 후보와 캠프는 꼬투리 잡기 캠페인을 자제하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토론을 통해 정책을 검증받지 않은 후보가 집권하면 시민은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다. 언론과 시민들도 정책 대결이 가능하도록 후보들의 공약에 주목해야 한다. 유권자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후보들 간 정책 대결도 유도할 수 있다. 후보 간 직접 토론뿐 아니라 전문가들 간 토론의 장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조기 대선이 정작 시민의 바람과 거꾸로 가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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