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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 검찰 조사를 받는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 네 번째다. 법은 만인에 평등하다. 죄를 지었으면 응분의 벌을 받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은 사필귀정이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전직 국가원수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의 죄는 무겁기 그지없다. 적용 혐의만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 14가지에 이른다. 검찰은 그가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강요 등을 공모했다고 보고 9가지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그에게 뇌물수수 등 5개 혐의를 추가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게이트’다. 박 전 대통령은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권한을 일개 민간인에게 넘겨 국정 문란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불법과 비리의 정점에 그가 있다는 사실이 특검과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공범인 최씨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그의 부하들도 줄줄이 감옥으로 갔다. 그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기자단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지금껏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10월 언론을 통해 게이트의 일부가 드러났을 때는 시선을 돌리기 위해 갑작스럽게 개헌 카드를 들고나온 바도 있다. 여론이 나빠지자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해놓고는 말을 바꾸고, 일정이 공개됐다는 이유 등을 들어 특검의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을 늦추기 위해 온갖 꼼수와 억지를 부렸으며, 한국자유총연맹 등을 통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동원을 시도했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자기 한 몸 건사를 위해 갈등을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결국 헌재는 “피청구인(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며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국정공백이 길어지면서 나라가 혼란스럽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은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다. 헌재 결정에도 승복하지 않았다. 그는 알아야 한다. 피해자 행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13가지 혐의 외에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등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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