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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은 24일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을 3-0으로 완파하고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테니스 선수가 메이저대회 4강에 오른 것은 남녀를 통틀어 처음이다. 이덕희가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16강에 오르고, 이형택이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에서 16강에 진출한 게 지금까지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1905년 출범한 호주오픈에서 남자단식 4강에 오른 아시아 선수는 1932년 일본의 사토 지로가 유일했다. 특히 프로 선수들의 ATP 투어 출전이 공식 허용된 1968년 이후 아시아 선수가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한 것은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밖에 없었다.

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준결승에서 테니스 샌드그렌을 제압하며 4강행을 확정하자 두 팔을 벌려 기뻐하고 있다. 멜버른 _ EPA연합뉴스

정현은 지난 22일 열린 호주오픈 16강전에서 메이저대회를 12차례나 석권한 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를 3-0으로 완파했다. 조코비치는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등과 함께 세계 3대 테니스 스타로 꼽히는 선수다. 어릴 적 자신의 우상이기도 했던 조코비치를 상대로 정현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경기를 지배했다. 정현은 8강전 상대인 샌드그렌을 맞아 2세트 중반 수세에 몰리기도 했지만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3-0 완승을 거뒀다. 정현의 호주오픈 4강 진출은 박세리의 LPGA 첫 우승, 김연아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등에 버금가는 값진 성과다. 테니스는 서구인의 체력 조건에 최적화한 스포츠다. 그럼에도 정현은 고된 훈련과 인내로 자신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호주오픈 대회 기간 중 정현이 감동을 준 것은 20대의 패기를 앞세운 빼어난 경기력뿐만이 아니다. 유창한 영어와 재치있는 언변, 상대선수를 존중하는 매너는 관중을 열광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한국 청년세대의 표본을 보여줬다고 할 만하다. 현지 언론과 팬들의 “테니스 실력도, 인터뷰 실력도 월드클래스”라는 평가가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정현이 4강에 진출하자 AFP통신은 “젊은 나이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은 ‘거물 사냥꾼’이 준결승에서도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아직 정현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페더러와의 4강전 승패를 떠나 한국 테니스 선수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선 정현의 선전을 기대한다. 메이저대회 4강 진출로 한국 테니스의 꿈을 현실로 바꿔놓은 정현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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