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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선수들과 단일팀을 이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어제 남한에 들어왔다. 이들은 곧바로 선수촌이 있는 충북 진천으로 이동해 남한 선수단과 합류했다. 이들은 오늘부터 공동 훈련에 들어간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출범하기까지 큰 홍역을 치렀다. 단일팀 구성에 따른 남한 선수들의 출전시간 축소 등 불이익 문제가 불거졌고, 이에 대한 일부 선수의 반발과 야권의 정치적 공세가 거셌다.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단일팀을 반대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남북이 급작스럽게 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남한 선수단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올 들어 갑자기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바람에 올림픽 개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촉박하게 단일팀 논의가 시작된 저간의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소통을 중시하는 정부가 당사자인 선수들과의 대화를 소홀히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지난 4년 동안 땀 흘려온 선수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라는 대의는 구성 과정의 잡음과는 구분해서 바라봐야 할 문제다. 남한 내 대회에서 첫 올림픽 단일팀 출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험악한 한반도 정세를 완화해주는 의미도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고 핵·미사일 위협을 계속했을 경우 지금처럼 안전하고 평화적인 올림픽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를 생각하면 이를 금방 알 수 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단일팀 구성을 환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열어줄 획기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단일팀이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 만큼 평창 올림픽의 성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 선수들은 기량과 사고방식이 다를 것이고, 호흡을 맞출 시간도 태부족하다. 단일팀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남북이 힘을 합쳐 평화올림픽을 치른다는 의의를 세계에 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다. 정치권과 사회도 더 이상의 정쟁과 소모적 시비를 중단하고 단일팀이 힘을 내도록 도와야 한다. 단일팀이 남북 간, 남한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는, 화합의 마당을 펼치는 장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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