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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연일 숨가쁜 다자외교를 벌이고 있지만 국내 정국은 꽉 막힌 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송영무 국방·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놓고 대치 중이다. 추가경정예산안도, 정부조직법 처리도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10일까지 재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재송부 기한을 넘기면 야당 반대에도 임명할 태세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그야말로 파행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의 제안으로 지난 자신의 음주운전 전력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권호욱 기자

여권이 임명을 밀어붙이려는 데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명분이 없으면 시민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조대엽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사외이사 겸직, 탈세, 음주운전, 논문 표절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청문회에서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한국여론방송 사외이사 겸직 경위에 대해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 회사에 인감 등 이사 등재에 필요한 서류를 두 차례 떼준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는 대학교수로 재직한 최근 18년간 고용·노동 관련 강의를 한 적도 없고 노동 관련 논문을 쓴 적도 없다. 환경노동위 내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 고개를 저었을 정도다.   

왜곡된 성 의식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도 더 두고 볼 수 없다. “고1 때 여중생과 성관계”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는 등 그가 자신의 책에 쓴 저속한 성적 표현은 사회 통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문 대통령을 보좌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적절한 인물이다. 야 4당의 경질 요구에 여당 여성의원들까지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일개 행정관을 놓고 이렇게 들끓는 것은 그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국회 파행의 1차 책임은 집권당에 있다. 여당은 대통령에게 두 사람의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 이낙연 총리도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요량이라면 매듭을 푸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무턱대고 싸고도는 것은 곤란하다. 하루빨리 조각을 매듭짓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새 정부의 개혁 작업에 전념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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