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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경제부 기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피청구국은 의사통보, 중재통보 등의 문서를 수령한 뒤 신속하게 비분쟁당사국에 송부하고 대중에게 이용 가능하게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1.21조(중재절차의 투명성)에 적혀 있는 문구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지난달 22일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로 투자와 관련해 손해를 입었다”며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 협의를 요청하는 문서를 보냈다. ‘처음 행동을 취하는 분쟁당사자가 서면으로 통보한다’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 8조에 따른 론스타의 분쟁절차 개시였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문서를 전해왔고 과세조치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론스타가 보내온 문서 자체는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은 채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는 한·미 FTA와 달리 중재절차의 투명성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문서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정병두 법무부 법무실장이 투자자 국가소송제(ISD)에 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하지만 투명성 조항이 없다는 것이 문서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정보공개법을 보면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의 경우 정부가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런데 론스타 문서에는 론스타의 입장이 담겨 있을 뿐이고 한국 정부의 국제중재 대응 전략은 들어있지 않다. 국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외교부는 <투자자-국가소송제, 공정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책자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와 달리 한·미 FTA에는 투명성 조항이 포함돼 있어 투자자-국가소송제가 공정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밝혔다. 외교부의 취지대로라면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투명성 조항이 없지만 론스타의 문서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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