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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여성들이 선망하는 대표적 직군이 공기업 정규직이다. 임금·복리후생이 좋고, 저출산·고령화 시책에 따라 육아·정년 체계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일자리에서 공분을 일으키는 채용비리 속살이 다시 드러났다. 임직원만 아는 ‘고용세습’과 ‘깜깜이 채용’이 청년·여성의 기회를 박탈하고, 그렇게 비정규직으로 추천·채용돼 첫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평가·검증 없이 정규직까지 ‘프리패스’로 갔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어디까지 곪아있는지 알 길 없는 시민들은 울화만 차오를 일이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28일 감사원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채용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5개 공기업의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는 각양각색의 채용 비리가 망라돼 있다. 이 감사는 지난해 10월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시가 공익감사를 요청해 시작됐다. 동시에 정규직 전환 규모가 큰 인천공항공사·토지주택공사(LH)·한전KPS·산업인력공단도 감사가 이뤄졌다. 공기업들은 비정규직 채용 시 임직원이 추천한 친·인척을 비공개로 내부위원 면접만 거치거나 채용담당자에게 청탁해 뽑았다가 적발됐다.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옛 서울도시철도공사는 46명, 인천공항은 44명, LH는 5명, 한전KPS는 80명, 산업인력공단에서는 14명이 이렇게 불투명·불공정하게 채용됐다는 것이다. 공개 채용공고를 하지 않아 일반인 지원 기회는 봉쇄해놓고 벌인 일이다. 5개 공기업 정규직 전환자 3048명 중 재직자와 4촌 이내 친·인척 관계로 의혹이 제기된 사람만 333명(10.9%)에 달했다.
공개채용에선 여성 지원자 성적을 조작해 떨어뜨리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옛 서울메트로는 2016년 무기계약직 채용 시 ‘철도장비 운전’과 ‘전동차 검수지원’ 분야 면접에서 합격권 점수를 받은 여성 응시자 6명을 단순히 여성이 하기 힘든 업무라는 이유로 과락 점수로 고쳐 탈락시켰다. 대학 철도기관사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면접점수 1등을 받은 여성도 어처구니없고 억울한 성차별을 피해 가지 못했다.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공기업의 깜깜이 채용은 뿌리를 뽑아야 할 사회적 적폐다. 앞에선 실력대로 뽑겠다고 ‘블라인드 면접’을 확대하면서 뒤로는 기득권과 연(緣)의 고리를 놓지 않는 두 얼굴인 셈이다. 정부는 기회마저 불평등한 세상에 몸서리치는 청년들과 이중차별을 받는 여성들의 분노를 직시하고, 환골탈태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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