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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향응 비리에 연루돼 징계 통보를 받은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대형 로펌에 취업했다고 한다. 징계는커녕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도 무사 통과했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앞서 퇴직한 지 2년도 채 안된 최순홍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과 최금락 전 홍보수석도 취업 심사를 거쳐 대기업과 대형 로펌에 취직한 바 있다. 퇴직 공직자들의 전관예우 여부를 엄격히 심사해야 할 공직자윤리위 기능이 마비된 게 아닌가 싶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가 예외라면 도대체 누구를 상대로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관피아를 없애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다짐이 담긴 눈물. 하지만 관피아 척결은 청와대 내부에서 선결되어야 한다. (출처 : 경향DB)


청와대 출신의 비리 공무원 뒤처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그의 비위를 적발해 놓고 소속 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에 복귀시킨 뒤 사실상 손을 놨다. 5개월 후 뒤늦게 징계 통보를 했지만 이미 사표가 수리된 뒤였다. 공정위는 그의 비리 행각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됐지만 징계위원회 회부도 안 한 채 사표를 받아줬다. 공직자윤리위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그의 비리 혐의는 놔둔 채 직무 관련성만 따져본 뒤 취업을 승인해줬다고 한다. 청와대 출신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허술한 취업 심사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청와대는 국가 권력의 중추다. 막강한 권한만큼이나 전관예우나 관피아 심사에서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로펌의 공정거래팀장으로 취업한 것은 전형적인 전관예우 영입이다. 수억원의 연봉을 줘가며 그를 영입한 이유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며 취업을 허가해 줬다. 2명의 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같은 이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가 직무 관련성에서 자유롭다면 도대체 누가 관피아란 말인가.

관피아 적폐 해소는 시대적 소명이다. 청와대가 뿌리 깊은 유착구조를 일소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내 눈의 가시는 놔둔 채 일선 행정부서에만 법을 지키라고 하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관피아 심사를 맡은 공직자윤리위도 보다 엄격한 잣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퇴직 공직자의 취업 승인율이 80%를 웃돌고 있으니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진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야 정치권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관피아를 없애자면서 두 달째 관련 법안 심사를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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