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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제시하는 비전 중 최우선 정책은 방송의 공적 책무와 공정성 확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방통위가 7차례에 걸쳐 워크숍을 갖는 동안 마지막까지 논쟁적이었던 사안이 방송의 공정성 문제였다. 방송의 공정성은 특히 대표적 지상파 방송인 KBS와 MBC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편향 보도로 지탄 대상이 되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재난의 피해 유족과 구조 책임이 있는 정부 사이에서 정부 측을 비호하는 불공정 방송으로 지탄을 받았다.

한편 다른 종편방송들도 왜곡이나 선정주의 보도로 많은 비난에 직면해 방송의 공적 책무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알렸다. 종편방송의 경우 TV조선과 채널A가 지난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이 침투해 일으킨 무장폭동이라는 패널의 발언을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채널A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북한 김일성이 고용한 간첩이라는 식의 발언을 내보냈다. 모두 근거없는 왜곡으로 방송심의 결과 경고 등의 처분을 받았다. 이외에도 날조 내용이나 논쟁적 현대사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대변하는 프로그램 방송이 빈발했다. 방송의 공정성이 극단적 위기상황에 처했음을 체감하게 해주는 지표들이다. 이것이 바로 방통위가 수행해야 할 정책과제에서 방송의 공정성 확립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허용, 초고화질(UHD) 방송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간광고제는 시청자 권익을 일정 부분 희생시키면서 방송사에 부여하는 혜택이다. 종편을 비롯한 유료방송들은 이미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종편을 경영하는 신문들이 지상파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정책 논의에 대해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제한된 방송광고 시장을 지상파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견제의식 때문이다. 그것은 언론의 시시비비가 아니라 자기이익을 주장하는 홍보전에 불과하다.

최근 방송의 시청률을 보면 유선방송과 위성방송과 인터넷방송 등 유료방송 수신이 90% 이상을 차지하며 지상파 전체 직접수신은 10% 이하로 떨어졌다. 광고도 종편 등 유료방송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성이 큰 지상파의 몰락을 그대로 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상파와 종편의 하루 평균 시청률(2013) (출처 : 경향DB)


그러나 지상파가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는 한 그런 혜택을 부여받을 수는 없다. 공적 책무와 공정성이 약속되지 않으면서 영향력만 커지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악’의 확대에 다름 아니다.

지상파 방송에 새로운 지원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그 전제조건으로 공적 책무와 공정성을 방통위가 책임있게 점검해 재허가 심사에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명확하게 마련돼야 한다. 이와 동일선상에서 종편 등 유료방송들의 보도 분야 공정성 평가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빅데이터 산업의 진흥과 개인정보 보호가 그 중 하나다.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관한 법률들은 정보 주체의 사전동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경우 비식별화해서 사전동의 없이 이용하게 하자는 요구가 업계에서 나온다. 사후에 본인이 알고 거부하면 삭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 진흥을 위해 개인정보를 위험에 노출시키거나 원치 않는 스팸 광고에 시달리게 할 가능성이 커서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이제 산업 진흥과 편의주의 위주의 디지털정책을 성찰하고 개인정보 보호 우선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지상파의 UHD 도입에 필요한 700㎒ 배정을 놓고도 방송사와 이통사 쪽이 서로 다투고 있다. 이 중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은 우선권을 갖는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과 이통사의 경우 어느 쪽이 더 공공성에 근접하는가를 따져 결정해야 할 것이다.


김재홍 |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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