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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경찰청 한모 경위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 사실을 증언했다. 한 경위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자신에게 “자백하라. 그러면 기소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혐의를 거짓으로 인정하라고 종용하며 수사 결과 조작을 시도했다는 충격적 증언이다. 한 경위 증언은 앞서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 경위의 유서 내용과 맥락이 상통한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민정비서관실에서 너(동료인 한 경위)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한 경위가 청와대의 회유를 받았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청와대는 여전히 한 경위와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절대권력 청와대를 상대로 한 경위가 거짓 증언을 하거나, 최 경위가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했다고 믿기 어렵다. 한 경위의 증언과 최 경위의 유서 내용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특정한 방향으로 검찰 수사를 몰고 가기 위해 한 경위 등을 회유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본질인 ‘비선 의혹’을 은폐하고, 문건 유출을 특정인의 일탈로 결론짓기 위해 청와대가 ‘회유 공작’까지 벌였다면 이거야말로 국기 문란이다. 명백한 수사 방해로 범죄 행위다.

14일 공개된 최모 경위 유서 (출처 : 경향DB)


애초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정윤회 문건’은 “루머”로 일축하고, 문건 유출만 문제 삼아 “국기 문란”이라고 규정해버렸다. 옴짝달싹 못하게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 중에 이례적으로 문건 작성과 유출 행위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 ‘7인회’가 주도했다는 감찰결과를 검찰 측에 전달했다. 감찰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급기야 관련자들을 회유해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는 당사자 증언과 정황이 나왔다. 대체 무엇을 감추고, 누구를 보호하려 ‘7인회 조작’에 이어 ‘피의자 회유’까지 벌이는 것인가.

검찰 수사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성역이고, 문건 유출은 ‘청와대 시나리오’에 맞춰지고 있다. 최·한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최 경위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상황이 검찰수사의 일그러진 궤도를 드러낸다. 청와대의 ‘각본’대로 가는 검찰 수사를 신뢰할 국민은 없을 터이다. 청와대의 자체 정화도, 검찰의 수사에도 기대할 게 없는 마당이라면 이제 국회 조사와 특검을 통해 사태의 본질을 규명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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