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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하고, 이 처남은 8년간 일을 하지도 않은 채 급여 명목으로 8억여원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 위원장의 비리 사실은 처남 김모씨가 문 위원장과 누나 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뒤늦게 발각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 위원장이 2004년 고교(경복고) 선후배 사이인 대한항공 회장(조양호)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던 김씨의 취업을 부탁해 김씨가 미국 브리지웨어하우스에 컨설턴트로 취업했고, 2012년까지 74만7000달러(8억1027만원)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소송 과정에서 대한항공 쪽을 통해 받은 “급여”를 (문 위원장이 갚은) “이자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문 위원장이 대한항공에 처남의 위장취업을 부탁하고, 일을 하지도 않고 받은 급여를 이자로 갈음했다는 얘기가 된다. 부정청탁에 제3자 뇌물공여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지만, 당시 명백한 부정이고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취업 청탁이 이루어진 2004년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친 뒤 국회 정보위원장, 국방위원회 위원을 지낸 현역 의원 신분이었다. 대한항공은 방산업체를 거느리고 있어 국방위와 직무 관련성이 뚜렷하다. 문 위원장이 국방위원과 ‘정권 실세’ 배경으로 처남의 위장취업을 관철시키고, 부당한 급여를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면 분명한 이해충돌이고 불법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선실세 국정농단·청와대 외압규탄 비상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출처 : 경향DB)


더욱 기막힌 것은 문 위원장의 대응이다. 문 위원장은 당 대변인을 통해 “처남의 취업을 간접적으로 부탁한 사실은 있지만 직접 조양호 회장에게 부탁한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문 위원장이 ‘땅콩 리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는, ‘제 발 저린’ 엉뚱한 변호도 내놨다. 간접 청탁이니 괜찮고, 새정치연합이 ‘땅콩 리턴’ 사태에 엄정히 대처했으니 면죄라는 것인가. 새정치연합이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비리·부정에 댄 잣대를 돌이켜보기 바란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일 순 없다. 심각한 비리가 확인됐음에도 대변인의 간접 해명으로 퉁치고, 도의적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잘못에 책임도 지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몰염치를 추궁해온 문 위원장이다. 최소한 문 위원장은 국민 앞에 잘못을 소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제1야당 대표로서 그만한 윤리감, 정치적 책임의식도 없다면 그게 더 국민을 절망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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