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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지 아무런 통제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에 앉아 ‘11문(정문)’을 통해 검문 없이 오갔다는 것이다. 장관들도 출입증 제시와 얼굴 대조를 거친 뒤에야 진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하니 최씨의 위세는 장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법과 시스템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사적 인연에 의한 통치를 행한 것이며 이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공동 정부’였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2일 (출처: 경향신문DB)

최씨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을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온갖 국정에 개입했을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로 올라오는 각종 기밀문서들을 훑어보고 직접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 그동안 현 정부에서 장관들의 대통령 대면보고가 차단돼 있으며 이는 매우 비정상적이란 우려가 높았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1일 국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는 11개월 동안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관련 부처 책임자와 교감이 가능한 대면보고의 중요성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관들과의 대면보고가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전화 한 통으로 빨리빨리 하는 게 편리하지 않으냐는 이유를 댔다. 그런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는 무시로 청와대를 드나들도록 허용했다는 소식은 정말로 경악스럽다. 최씨와 국정을 상의하고 있으니 장관들과 논의할 시간은 불필요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청와대는 최씨의 과거 출입기록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각종 의혹에 대해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나라를 위해서 좀 냉정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것은 정말 무책임하다. 사실이 아니라면 떳떳하게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검찰은 최씨가 언제 청와대를 출입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최씨가 자주 청와대를 드나든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돌았다. 친박 실세들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마땅히 최씨를 멀리하도록 대통령에게 진언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친박 실세들은 대부분 최씨 전횡을 몰랐다며 잡아떼고 있다. 대통령 주변에서 권력만 누리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정말 후안무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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