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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수리한 후 후임 민정수석에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임명했다. 이원종 비서실장,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의 사표도 수리했지만 박 대통령은 홍보수석과 함께 민정수석부터 인선한 것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두고 우병우 민정수석이 담당하던 자리에 또다시 검찰 간부 출신을 앉힌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한 인사다.

특히 최 신임 수석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정치검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2007년 새누리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결정부터, MB 내곡동 사저 땅 헐값매입 사건,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에서 정치검사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는 인품과 수사력 모두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는 검사라는 긍정 평가도 있다.

최 민정수석 카드가 부적절한 이유는 단지 그의 과거 이력이나 여권 인사들과의 특수한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현재 국정난맥상을 초래한 장본인인 우병우 민정수석 후임에 또다시 검찰 간부 출신을 임명한 것은 주권자들이 바라는 인적쇄신과 정반대로 간 것이다. 청와대 비서진 중 가장 중요한 자리인 비서실장을 놔두고 박 대통령이 서둘러 민정수석부터 임명한 의도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최 수석을 통해 당장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우병우에서 최재경으로 민정수석이 교체됐다고 해서 검찰이 청와대 눈치 보지 않고 최씨에 대해 소신껏 수사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농단에 단호한 처벌 의지를 보이고자 한다면 검찰 개혁 의지가 확고한 중립적이고 신뢰할 만한 인물을 찾아야 했다. 민정수석은 검찰뿐 아니라, 경찰, 감사원, 국세청의 정보와 이들 권력기관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막강한 권력을 정치검사로 의심받는 인사에게 넘김으로써 다시 한번 주권자를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발상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박 대통령은 여전히 사태의 위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최재경 민정수석 임명으로 가뜩이나 신뢰하기 어려운 검찰 수사는 더 믿기 어려워 졌다. 국회는 당장 검찰을 대체할 수사 주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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