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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기 청와대’가 출범했다.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국민소통수석이 교체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친문(親文)’ 인사의 전진 배치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은 과거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선대위 중책을 맡았거나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진에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측근을 기용하는 건 장단점이 다 있다. 인재풀의 과감한 확대로 청와대 전면 쇄신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친정체제 구축에 부정적일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에 대한 직언과 소통이 더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8일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함께 춘추관에서 ‘2기 청와대’ 참모진 명단을 발표하며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개편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그동안 청와대는 부처 간 불협화가 공공연하게 노출되고, 직원들의 기강 해이 사건들이 꼬리를 물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왔던 게 사실이다. 경제는 악화일로요,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작금의 국정상황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초 예정보다 비서실 개편이 앞당겨진 것도 이런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9일엔 비서관 후속 인사를 하고, 뒤이어 설 연휴 무렵에는 상당한 폭의 개각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가시화하는 느낌이다.

문재인 정부 1기 비서실이 변화와 개혁을 주도했다면, 2기 비서실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운영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내각으로 옮기고, 부처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야당과의 협치는 필수다. 야당과 보수진영의 의견도 듣고 정책 수행과정에서 이들에게 설명해주며 참여를 유도하는 통 큰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권력의 오만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4급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만난 건 ‘청와대 정부’란 말이 왜 나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 대변인은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시민들의 눈엔 상식적이지 않다.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가 시민에게 다가가려면 더 자세를 낮추고 소통하는 겸손함이 전제돼야 한다.

문 대통령은 신년 들어 연일 성과의 체감을 강조하고 있다. 8일 국무회의에서도 “보고서상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이 일상의 삶 속에서 체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성과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비서실 개편이 국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초심을 지켜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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