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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1년간 지속되어온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을 7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개편안을 보면 지금까지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일괄 심의·결정했으나 앞으로는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상·하한 구간을 정한 뒤 결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또 최저임금 결정을 현행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기준으로 했으나 앞으로는 고용·경제상황, 사회보장 급여 현황까지 포함시키기로 했다. 

노동부는 신설되는 최저임금 구간설정전문가위원회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등을 포함시키고, 정부 대신 국회가 공익위원 추천권을 행사해 공정성을 기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개편으로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편안은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는 것은 노·사 대표가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도록 권고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위배된다. 구간설정 전문가위원이 선정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될 것은 자명하다. 정부는 노·사 단체의 추천이나 의견을 들어 전문가를 선정하겠다고 했으나 선정부터 노사가 대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은 어떤 항목을 늘리는가가 중요하다. 저임금 노동자는 물가인상률·가계생계비 등을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포함시켜야 실질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결정기준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용수준, 경제상황, 사회보장 급여 현황이다. 개편안대로라면 경기와 고용상황이 나빠지면 최저임금 인상폭은 이와 비례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노동계를 배제한 것도 지적되어야 한다. 정부는 1988년 도입 이래 지켜왔던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와의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노동계가 노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개편안이라고 반발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제 개편으로 경기 불황이나 고용 감소 등을 해소해 보겠다는 정부의 인식이다. 결정기준에 고용·경제 상황을 포함시킨 것이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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