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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직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의 폭로 사태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리 혐의로 검찰에 복귀 조치된 김모 수사관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채용비리 의혹 관련 첩보보고서를 썼다가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한 데 이어 이번엔 전직 총리, 은행장 등 민간인 정보 수집도 해왔다고 주장했다. 특정 언론을 통해 하루 한 건씩 터뜨리는 식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매일 이를 해명하기 바쁘다. 민간인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업무영역을 벗어난 정보는 상부에 보고되기 전 단계에서 걸러지고 폐기된다”고 했다. 우 대사 의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반복 제기된 것으로 박근혜 정부 검찰에서 문제없다고 결론내린 사안”이라고 했다.

우윤근 주러 대사 출국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17일 모자를 쓴 채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인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일견 1년도 넘게 작성한 첩보 때문에 쫓겨났다는 수사관의 주장에 의심이 가는 건 사실이다. 여러 비위 의혹으로 수사받는 처지에서 뒤늦게 청와대를 상대로 폭로전을 펼치는 의도도 진정성이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전직 감찰반원의 이런 폭로에 “미꾸라지” 운운하며 인신공격성 막말로 맞대응하는 청와대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직기강의 중심에 서서 모범을 보여야 할 민정수석실이 되레 진실공방에 휘말려들었으니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김 수사관과 청와대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수사관 주장이 일방적이라 하더라도 청와대 해명에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민간인 정보 수집이 업무 영역에서 벗어나 폐기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하지 못하도록 분명히 지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 대사가 1000만원을 받지 않았다면서 7년이 지난 뒤 비서실장을 통해 똑같은 액수를 건넨 경위도 부자연스럽다. 시중에선 이번 일을 놓고 박근혜 정권 시절 ‘정윤회 문건’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전 정권 청와대는 “지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라며 깔아뭉갰다. 지금의 청와대는 달라야 한다. 도대체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자초지종을 시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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