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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지역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직 중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특활비) 1억원을 챙긴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최 의원은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하겠다”며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이병기 전 국정원장(구속)이 관련 내용을 인정하는 ‘자수서’를 검찰에 냈다고 한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10월 당시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야권(현 여권) 의원들이 국정원 특활비를 문제 삼으며 축소를 요구하자 이를 방어해줄 인물로 최 의원을 선택했다는 설명을 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소속 수사관이 20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통장을 살펴보고 있다. 권호욱 기자

국정원 특활비 파문으로 이미 전직 국정원장 3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 중 2명이 구속된 터다. 나머지 1명도 영장 재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만으로도 유례없는 대형 스캔들이다. 그러나 ‘친박계’의 핵심 중 핵심인 최 의원에 대한 수사는 사건이 또 다른 차원으로 비화했음을 말해준다. 그에 대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활비가 박근혜 전 대통령 외에도 친박계 실세 의원이나 장관들에게 두루 전달됐을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이다. 국가안보에 쓰라고 지출증빙 제출 의무까지 면제해준 예산을 다른 용도에 전용했다면 그 자체로 중대한 범죄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예산이나 정책 분야의 편의를 바라며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위인사들에게 특활비를 건넸다면 이는 ‘대가성’을 지닌 뇌물로 볼 수밖에 없다. 돈을 준 쪽이든, 받은 쪽이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검찰 관계자는 “(최 의원 외에 다른 의원이 특활비를 수수한) 단서는 현재까지 포착된 바 없다”면서도 “단서가 포착되면 당연히 수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든 누구든 수사의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국회와 정부는 국정원 특활비에 대한 외부 통제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예산·결산 심사를 하거나, 감사원 감사를 받는 방안 등이 거론된 지 오래다.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더 이상은 ‘깜깜이 특활비’를 방치할 수 없다. 주권자를 모욕하는 부패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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