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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이번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 윤모씨 등은 2015년 4월 전 수석이 명예협회장이던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에서 3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주 구속됐다. 전 수석은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홈쇼핑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이 전 수석을 직접 만난 것으로 파악된 점, 롯데홈쇼핑이 일개 의원 비서관인 윤씨를 의식해 e스포츠협회에 거액을 후원할 가능성은 낮은 점 등으로 미뤄 검찰은 이 돈이 전 수석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전 수석 가족이 롯데홈쇼핑 기프트카드를 사용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0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시계를 보고 있다. 김기남 기자

전 수석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과거 일부 보좌진의 일탈에 유감스럽고 송구하게 생각하지만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논두렁 시계 상황이 재현되는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2009년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상황에 빗대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 수석 주장대로 그는 결백한지도 모른다. 검찰이 안팎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 정부 실세인 전 수석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둥, 정부가 성역 없는 적폐청산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둥 뒷말도 많다. 그러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이 임박한 상황이라면 전 수석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이다. 전 수석이 기업으로부터 돈 한 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측근이 비리를 저질렀다면 그것만으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국회 및 정치권과 소통하는 업무 등을 담당한다. 가뜩이나 여야 관계가 경색돼 있는데 정무수석이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으면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게다가 정부·여당의 각종 개혁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다.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할 수 있도록 전 수석이 길을 터줘야 한다. 대통령 수석비서관이 현직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대대적인 적폐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한다. 전 수석은 사퇴하고 겸허하게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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