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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포연과 생채기를 남기고 선거제·검찰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태워졌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지난달 29일 자정을 넘겨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를 헤치고 국회 사법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를 열어 선거제 개혁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정치개혁의 정수인 선거제 개혁과 검찰개혁 과제들이 마침내 입법 궤도에 오른 것이다. 비록 국회법을 유린하며 물리력을 동원한 한국당의 막무가내 반대로 ‘동물국회’의 상흔을 남기고, 검찰 고발 사태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터이나 선거제와 검찰 개혁의 장정을 내디뎠다는 의미가 큰 만큼 극복해가야 할 일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반발해 30일 의원총회에서 전국 순회 규탄대회 개최 등 전방위 투쟁을 결의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게 팬 여야의 적대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선거제·개혁입법의 결실까지 진통은 물론 ‘식물국회’ 장기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당의 극단적인 투쟁은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한국당은 지난해 말 합의한 선거제 개혁의 대국민 약속을 뒤집은 데다 국회선진화법에 보장된 패스트트랙을 폭력으로 막으려다 실패하자 적반하장으로 ‘의회 쿠데타’ 운운하며 국회를 내팽개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불과 며칠 만에 130만명을 넘어선 데서 확인되는 민심의 분노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패스트트랙은 입법 절차 종료가 아니라 본격적인 논의와 협상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최장 330일간 논의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은 충분하다. 당분간 냉각기가 필요하겠지만 한국당은 명분 없는 장외투쟁에 매달릴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선거법과 개혁입법 협상에 나서야 한다. 여야 4당도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 등에 집착하지 말고 한국당과의 타협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앞서 4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뒤 4당은 즉시 자유한국당과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 합의처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했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이라도 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과 보완이 가능하다. 특히 게임의 룰인 선거법은 합의를 통해 개정하는 게 최선이다. 사생결단식으로 무조건 상대방을 제압하겠다는 발상은 의회민주주의를 파탄낼 뿐이다. 여야 공히 냉정을 되찾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기본으로 돌아와 얽힌 정국을 풀어야 한다. 선거제와 개혁입법 협상은 그것대로 진행하되, 속히 국회를 열어 민생 현안을 놓고 여야가 진검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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