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여곡절 끝에 선거제·검찰개혁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9일 자정을 넘겨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를 열어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 한국당은 이날도 회의장 봉쇄 등 온갖 수단으로 법안 저지에 나섰으나 무위에 그쳤다. 개혁입법을 지지하는 시민의 염원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완료됨에 따라 ‘1987년 체제’의 제도적 유산인 선거제와 검찰개혁을 위한 역사적 발걸음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선거제 개혁은 사표를 줄이고,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민심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의 오랜 과제로 꼽혀왔다. 

여야 4당이 29일 밤 선거제 개편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본청 445호에서 607호로 옮긴 가운데 국회 관계자가 회의장 안으로 명패함과 기표소를 넣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하지만 이제 첫발만 뗐을 뿐이다. 선거제 개혁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국회 보이콧, 장외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극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성사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거제는 게임의 규칙인 만큼 모든 정당의 합의를 토대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앞으로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등 최장 330일 간 논의할 시간은 충분하다. 협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한국당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다. 이제 한국당은 명분 없는 반대를 중단하고, 선거제 개혁에 진정성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 여야 4당 역시 한국당을 포함한 합의 처리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선거제 합의에 대한 시민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4월29일 (출처:경향신문DB)

공수처 법안의 경우 기소권 적용 대상을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로 한정하고, 대통령 친·인척, 장차관, 국회의원은 제외하는 등 부실한 대목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공수처를 일단 띄우는 게 중요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개혁의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건 ‘동물 국회’의 후유증이다. 그간 여야 간의 사생결단식 대치로 ‘적대 정치’는 극에 달한 상태다. 서로 고발한 의원만도 80명이 넘는다. 당장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갈등과 대립은 극복해야 한다. 여야가 극단적 대결정치에 매몰되면서 국정 현안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결국 4월 국회는 아무 소득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허구한 날 이런 국회를 지켜보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정치가 막장으로 치닫는 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생 현안보다 선거가 중요할 수는 없다. 여야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민주주의 기본을 포기해선 안된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