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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선거구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대치가 29일에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바른미래당이 공수처법을 별도 발의해 기존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처리하자는 안을 수용하면서 바른미래당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독재’를 막겠다며 닷새째 국회를 원천봉쇄했다.

이번 선거구제 개편의 핵심은 사표를 양산하는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줄이는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만 봐도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얼마나 민심을 왜곡하는지 알 수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득표율은 65%에 그쳤지만 80%가 넘는 의석을 가져갔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28%인데 의석점유율은 15%를 밑돌았다. 거대 양당의 국회 내 목소리는 실제 받은 표보다 더 크게 반영된 반면 적지 않은 유권자의 표는 대표를 내지 못해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장도리]2019년 4월 30일 (출처:경향신문DB)

이런 비민주적인 구조를 개선하자는 논의의 결과가 각 정당이 득표한 만큼 의석을 배분받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를 정한 뒤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하면 이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사표는 줄이면서 소수의견을 다양하게 반영함으로써 극단적인 대립 정치를 지양할 수 있다. 이런 명분이 있기에 민주당과 한국당은 대놓고 반대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에 나서자 한국당이 “정의당의 의석을 크게 늘리는, 그래서 좌파세력만 강화하는 선거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혹세무민이 없다. 

선거구제 개혁을 위한 법을 통과시킨 뒤에는 지역구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의원들이 서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만들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게 분명하다. 또다시 여기에서 지체될 경우 자칫 새 선거법을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선거구제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를 개혁하라는 시민들의 시대적 요구에 맞서는 것은 공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한국당의 지금 모습은 당리당략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지지율이 높아지자 유리한 제도를 고집한다는 비판을 들어도 싸다.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되면서 여야 5당의 정당 지지율이 동반 상승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당들로 하여금 싸우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착각하게 할까봐 걱정스럽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도 선거구제 개혁의 의미를 엄정하게 따지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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