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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가 또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전북 고창의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H5N6형이 검출된 데 이어 20일에는 전남 순천만의 철새 분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H5N6형으로 확진됐다. 전남도는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순천만을 21일부터 전면 폐쇄하고 습지 관광도 금지하기로 했다. 고병원성 AI 확진으로 지난달 13일 어렵게 회복했던 ‘AI 청정국 지위’를 잃게 돼 가금류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더 큰 걱정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80여일 앞두고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AI가 발생하면 가금류 농가에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고,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는 통제초소가 설치된다. 올림픽 기간에는 80여개국의 선수와 취재진을 포함해 40여만명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농가 피해는 물론이고 올림픽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고병원성 AI는 2014년부터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AI가 전국 50개 시·군으로 번져 사상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농가 900여곳에서 닭·오리 등 가금류 3787만마리가 살처분됐다. 피해농가에 지급한 살처분 보상금만 3084억원에 달했고, 계란값 폭등과 관련 산업 위축 등 간접 피해도 컸다. 우려스러운 것은 올해도 지난해 겨울과 유사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11월11일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확진 판정이 났고, 닷새 뒤인 16일 전남과 충북의 가금류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올해도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항원이 잇달아 검출된 데 이어 지난해와 비슷한 시점에 가금류 농장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AI 바이러스 유형도 전염성이 강하고 폐사율이 높은 H5N6형으로 똑같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방역당국의 대응이 지난해보다 신속해졌다는 점이다. 올해는 전북 고창의 농가에서 키우던 오리 1만2300마리를 살처분하면서 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지난해에는 1783만여마리를 살처분한 뒤에야 ‘심각’으로 격상했다. 지난해 AI 재앙이 초래된 것은 방역당국이 초동대처에 실패하고 뒷북 대응으로 일관한 탓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초동방역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신속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범정부 AI 수습본부’를 설치한 것은 적절하고도 바람직한 조치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AI 조기 차단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허술한 방역체계와 어설픈 대응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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