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에 규모 5.4의 강한 지진이 경북 포항시 흥해읍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지표로부터 깊이 5㎞ 부근에 위치한, 북서쪽으로 약 30도 기운 가로 6㎞·세로 3㎞가량의 단층면이 비스듬히 어긋나며 발생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지표에서는 확인된 바 없는 지하에 숨겨진 단층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주향이동단층 운동 성분과 역단층 운동 성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여진들을 분석해 보면 본진보다 깊은 곳에서 발생한 지진은 역단층 지진이고, 본진보다 얕은 곳에서 발생하는 여진은 주향이동단층 지진이다.

이번 포항 지진은 한반도에서 언제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깨우치는 국민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의 한반도는 지진 발생빈도가 낮고, 발생하는 지진 규모 역시 작은 지역에 속했다.

포항 지진 발생 사흘째인 17일 교육부 민관합동점검단원들이 포항시 북구 흥해초등학교의 내부 균열 등 지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석우 기자

이러한 한반도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나타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 동해안 연안 지역을 일본 열도 방향으로 5㎝가량 이동시키고, 한반도 서쪽 해안 지역은 2㎝가량 이동시켰다. 결과적으로 3㎝가량 동서 방향으로 확장된 한반도 지각은 동일본 대지진 이전보다 약한 강도를 보이게 된다. 실제 한반도 지각 내 지진파의 속도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 약 3% 감소한 것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약화된 한반도 지각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서서히 회복 중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약화된 지각에서는 지진 발생빈도와 지진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동일본 대지진 이전까지 33년 동안 총 5회에 불과하던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동일본 대지진 후 6년5개월 동안 5차례나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12일에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포항 지역에 많은 힘을 가해 이번 포항 지진을 유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하 11㎞에서 발생한 경주 지진은 단층에 누적하고 있던 많은 에너지를 포항 지역을 포함한 북동 지역과 남서 지역에 추가했다. 이렇게 지진에너지가 추가된 지역에서는 많은 여진들이 이어졌다.

결국 경주 지진이 난 지 14개월 만에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포항 지진이 발생한 흥해읍 일대는 경주 지진 이전까지는 규모 2.0 이상의 눈에 띄는 지진 발생이 없었던 곳이다.

이번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과 몇 가지 다른 점을 보이고 있다. 경주 지진은 포항 지진에 비해 1~10㎐ 사이 고주파수 대역의 지진파 에너지가 높은 데 반해, 포항 지진은 0.6㎐ 이하의 주파수 대역에서 경주 지진보다 높은 에너지를 보였다. 포항 지진에 의해 건축물이 많은 피해를 본 이유는 낮은 진원 깊이, 분지형 퇴적층으로 이뤄진 표층에서의 지진파 증폭, 건물에 영향을 주는 저주파수 대역에서의 많은 에너지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포항 일대의 표층을 구성하는 퇴적층 내에 포함되어 있던 많은 물들이 강한 지진동 때문에 지표로 배출되는 액상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규모 6 이상의 강한 지진에서 주로 관측되는 이런 액상화 현상이 이번 포항 지진 이후 관측된 점은 분지형 지질구조에서 보이는 지진파 증폭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위협적인 자연재해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포항 지진 촉발 원인으로 지열발전소를 새롭게 지목하고 있다. 지열발전소는 포항 지진 진앙과 1㎞ 남짓 가깝게 위치해 있고, 물 주입 시기에 미소 지진이 발생해 이번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주입된 물의 총 누적량은 약 1만2000㎥에 이르고, 다시 배출된 물의 양을 고려하면, 순수하게 지중에 남아 있는 물의 양은 약 5000㎥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입된 물의 양과 주입 기간, 지열발전소 가동 방식이 규모 5.4라는 큰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중대형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흔히 보이는 수천회에 달하는 미소 지진과 수많은 중소형 지진들이 거의 관측되지 않았던 점도 지적되고 있다. 신속하게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루빨리 조사가 완료되어 국민 불안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지진 원인 규명과 함께 포항 지진 영향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이번 포항 지진 발생으로 주변 지역에는 포항 지진으로부터 전이된 지진에너지가 새롭게 축적되었다. 포항 지진 진앙지로부터 북동쪽과 남서쪽 방향으로 응력이 증가되어, 한반도 남동부 지역에는 매우 복잡한 응력 환경이 형성되었다. 특히 경주와 포항 사이 지역과 포항과 영덕 사이 앞바다 지역의 지진에너지 증가가 눈에 띈다.

이번 포항 지진의 여진은 빈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6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추가된 지진에너지가 해소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세심한 지진 대비가 필요하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은 이제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많은 기초 정보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지하에 숨겨진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가 절실하다. 2007년 규모 4.8 오대산 지진, 지난해 경주 지진, 올해 포항 지진 등 내륙에서 발생한 주요 지진들이 모두 지하의 숨은 단층에서 발생했다. 한반도에서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은 지표에서 관측되지 않는 단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해역 지역 단층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 등 사회 기간 시설들이 위치해 있는 해안 지역은 강한 지진파와 지진해일을 동반하는 해역지진에 취약할 수 있다.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안전한 대한민국이 보다 가까워질 것으로 확신한다.

<홍태경 |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지진학>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